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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gantes Yang Sep 26. 2024

D-52, 아빠는 죄인

D-52

아빠는 죄인


임신한 아내에게는 까방권이 있다던 아빠.

그렇게 매일같이 약속을 하면서도 잘 지키지 못하는 아빠.


의견이 맞지 않을 땐 그냥 쉬었다 가면 될 것을

꼭 아내에게 이해를 요구하기 시작한다.

정신을 차려보면 약간의 언쟁이 발생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조용해지는 우리 딸.

미안한 마음이 크다.


나는 일의 특성상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의무적으로 학교에 출근한다. 

아침잠이 많은 나로서는 새벽 6시에 일어나 일과를 소화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요즘은 집에 오면 일찍 와도 저녁 8시. 


사실 퇴근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이것저것 일처리를 하다 보면 시간이 걸린다. 

집까지는 오래 걸려도 40분. 

그렇게 집에 도착하면 대략 저녁 8시가 된다. 

아침형 인간이 아닌 나로서는 소화기에 힘들 일과다.


[2024년 9월: 침대를 벗어나려는 딸. 그리고 아이에게 비치는 형광등이 은혜롭게 보이기도 처음이다]


주말이 되면 모든 게 귀찮아지고 쉬고 싶어 진다.

한 번에 몰려드는 피로감을 이기지 못하고 짧게는 1시간에서 길게는 2시간까지 낮잠을 잘 때가 있다. 

그러다 보면 밤에 잠드는 시간은 또 늦어지게 되고. 

아침엔 덜 잔 상태로 깨게 되니 남들이 보기엔 악순환의 연속인 셈이다.


물론 내 기준에서는 늦게 자나 일찍 자나 일어나는 시간은 똑같기 때문에 별 차이를 못 느낀다. 원체 저녁형 인간이라 몇 시에 자도 아침엔 똑같이 힘들다. 정도의 차이는 잘 없다.


늘 잠이 부족해 보이는 나를 두고 아내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있자니 속상한 마음에 한마디 한 게 

결정적으로 우리의 작은 다툼으로 이어졌다.


내 기준에서는 쉴 때 확실하게 쉬고,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영상을 틀어놓고 멍 때리는 게 

쉰다는 기준이 될 때가 있다.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기에 딱이다.


뭐가 되었든지 지금도 내 이해를 바라는 마음에, 그리고 억울한 마음에 쓰고 있는 나 자신이지만, 

결론적으로 지금의 아내에게는 그럴 필요까지 있었냐는 거다.


이런 바보 같은 남편 같으니라고... 생각하는 아빠.

그리고 미안한 마음에 뱃속 아기에게 찡찡대는 아빠.


기쁨아 뭐라고? 아빠 힘내라고?


허! 참! 어이가 없어서!


아빠의 말에 어이없어하는 엄마다.


아빠가 좀 부족해 기쁨아. 

좀 많이(발음 주의).


사랑한다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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