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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gantes Yang Oct 29. 2024

블랙아웃

블랙아웃


살면서 처음 겪는 상황이었기에...


의학전문용어는 잘 모르지만, 물론 평소에 관심을 가질 정도로 잘 찾아보지도 않지만

블랙아웃이 아니었을까 싶다.


얼마전, 학교일정이 끝난 오후 1시. 


오후 일과는 오전에 일찍 끝냈기에 할 일이 많지는 않았다.

집에 있는 아내와 딸을 보기 위해 일찍 연구실을 나왔다.


동네로 가려면 학교에서 국도를 타야 한다.


늘 그렇듯 제한속도 50 지점에서 좌회전을 하면

집으로 향하는 국도를 타게 된다. 

국도에 진입하기 위해 왼쪽 깜빡이를 켜고 차선변경을 해서 진입한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한가했던 도로.


그리고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출구. 

(출구라 하면 국도를 벗어나 동네로 진입하는 부분을 말한다)


뭐지?


분명히 국도를 타서 동네방향 출구까지 약 20분의 시간(평균속도 100의 경우일 때)이 걸리기 마련인데

20분이 순간적으로 사라져 버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지.

분명 운전을 하면서 딴생각을 하고 있던 건 아니었다.


[길을 걷다가 찍은 하늘. 요즘 고개를 들고 다닐 여유가 잘 없는 것 같다]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무서움보다는 신기한 기분이 먼저 들었다.

이 상황에서도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웃기기만 했다.

평소에 몸에 이상이 있다 생각이 들어도 병원을 잘 안 가려고 하는 나 자신이었기에.

충분히 이해가 되는 상황이었다.


도대체 그 20분 동안 날 뭘 하고 있던 거지? 

며칠이 지났지만 그 짧지만 상대적으로 길법한 시간 동안의 기억은 어디로 간 걸까.


누군가 나의 몸을 20분 동안 지배하고 있었나...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해봤지만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까웠다.


20분 동안 나의 정신은 어디로 갔었을까.

처음 겪어보는 상황이 며칠이 지나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무척이나 궁금하다.


평소에 술도 잘하지 않을뿐더러

대낮에 음주를? 시도조차 해본 적도 없다.


처음 겪어본 블랙아웃.

두 번은 오지 않겠지. 설마.


스트레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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