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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데 오늘 Apr 26. 2023

사람들은 — 밤에 — 이별을 하지만

By Emily Dickinson


사람들은 — 밤에 — 이별을 하지만


By 에밀리 디킨슨


사람들은 — 밤에 — 이별을 하지만

저는 낮에 합니다 —

제가 쏟아낸 — 인사말들은 —

잘 자라는, 말이 되도록 맴돌고 있어요 —


그대와 헤어지는 것은, 밤과 같고,

그대와 함께함은, 새벽 —

그것은, 언덕 위 고결한 광채라고

불리는 여명입니다.




Some say goodnight — at night —


By Emily Dickinson


Some say goodnight — at night —

I say goodnight by day —

Good-bye — the Going utter me —

Goodnight, I still reply —


For parting, that is night,

And presence, simply dawn —

Itself, the purple on the height

Denominated morn.




이 시를 영문 그대로 번역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 사람들은 — 밤에 — 굿나잇 하고

난 낮에 굿나잇이라고 말합니다 —

내가 한 — 굿바이란 말은 —

굿나잇, 난 아직도 대답합니다 —


헤어져 있는 동안, 그것은 밤,

그리고 존재는, 단지 새벽 —

그것으로, 아침이라 이름 붙은

언덕 위의 보랏빛. "


어떤가요? 내가 한글을 읽은 거 맞나 싶지요? 그래서 영문 그대로 번역한 시에 대해서는 다음 두 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시가 지닌 멋스러움과 정서적인 느낌이 없다.

두 번째는, 당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이유는, 미국의 국보이자 세계적 시인인 에밀리 디킨슨의 시가 유독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인기가 없도록 만들었으며, 반면 그녀의 미스터리한 매력을 경험한 사람에게는 다른 시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난해함으로 인해서 그녀가 남들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꽁꽁 숨겨 적은 수수께끼 같은 그녀의 시를 탐닉하게 만드는 주요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여기서 성급하게나마 수수께끼를 지닌 모든 사건들이 그런 것처럼, 이 시에 대한 해석과 견해 또한 다른 생각과 해석이 존재할 수 있고, 이는 다양한 방식으로 토론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과, 이번 해석도 지극히 개인적인 것임을 밝혀둡니다.




제가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바로 수잔 디킨슨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빠의 아내였던 수잔과 에밀리 디킨슨의 러브라인은 이미 많은 매체를 통해서 잘 알려져 있는데요. 그 당시 시대상에 따라서 동성애로 보일 수 있는 내용, 특히 수잔을 언급한 부분들은 그녀의 시집을 편찬하는 과정에서 모두 삭제되었다고 하니, 동성애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게 된 것 같습니다.


사실 에밀리의 짝사랑 연인에 대해서는 수잔 디킨슨 외에도 여러 가지 설이 존재하는데, 아버지의 친구였던 오티스 로드 판사를 좋아했다고 하기도 하고, 어떤 목사가 거론되기도 하며, 그녀의 문학적 스승이었던 토마스 히긴스를 좋아했다고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어떤 것 보다 단연코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그녀의 은밀한 동성애적 성향에 대한 가십성 추리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저 또한 이 시에서 시인이 새벽이라고 일컬은 그 고결한 존재를 수잔일 것이라고 떠올리게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세속적 대입은 우연찮게도 이 수수께끼의 첫 단추를 잘 끼운 행운이 되었는데요, 시의 내용 중에서, "남들은 밤에 굿나잇 하는데, 나는 낮에 굿나잇 한다."라는 아주 머리 아픈 수수께끼의 풀이가 그 어떤 해석보다도 명확해졌거든요.


에밀리 입장에서 수잔은 낮엔 친구요 연인이지만, 밤이 오면 돌아갈 가정이 있는 유부녀였고, 그녀가 그토록 애지중지하게 생각하던 오빠의 아내였으니, 마음은 그렇지 않았더라도 수잔을 돌려보내야 한다는 반 이성적인 죄책감에 시달렸을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거기에 수잔은 그녀의 가정 안에서 그녀의 가족에게 굿나잇이라는 인사말과 함께 잠을 청했을 테니, 에밀리 디킨슨에게 있어서 "굿나잇"이라는 인사말은 정말 만져보지도 못할 보석처럼 여겨졌을 테지요.


물론 이런 가정은 유부남이었던 오티스 로드 판사나 토마스 히긴스에게 대입해도 맞는 말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이 시가 오로지 수잔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은 첫 번째 스탠자의 삼, 사행을 통해서 더욱 여실히 드러납니다.


수전은 에밀리의 오빠와 함께 에밀리 바로 앞집에 살았고, 그러다 보니 매일 만날 수밖에 없었을 텐데, 시인이 헤어짐과 함께 여명처럼 다가오는 그녀의 존재를 반복적인 고통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만일 오티스 판사나 다른 사람처럼 일 년에 몇 번 보는 사람을 그 대상이었다고 한다면, 그 통증이란 것이 매일 동일한 방식으로 반복될리는 없을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에밀리에게 수잔과 헤어지는 것은 지루하고 암울한 긴 밤과 같았고, 함께할 희망을 품게 하는 새벽 시간은 고귀한 보라색으로 빛나는 언덕 위의 여명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수잔을 반기고 있었으니, 시인이 수잔과 함께 할 시간을 밤새 얼마나 간절히 기다렸는지 시를 통해서나마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 같은 수잔 디킨슨에 대한 그녀의 넘치는 애정은 그녀의 또 다른 글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데요, 1870년 수잔 디킨슨이 2주간의 휴가에서 돌아왔을 때, 시인은 다음과 같이 적습니다.


"저는 며칠 동안 당신을 볼 수 없었습니다. 당신은 너무 중요해요. 무관심이 아니라 우상입니다."


이 시가 1863년에 써졌으니, 약 7년이 지난 시점임에도 그 열정이 전혀 식질 않았군요. 수잔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오래되고 깊은 것이었을지 짐작이 갑니다. (좀 무섭기도 하고)




이 시를 보는 또 다른 해석이 있습니다.


이 시가 가족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적은 것이라는 해석인데요.


시인의 집 옆에는 애머스트 공동묘지가 자리하고 있었던 탓에 시인의 삶은 죽음과 연관이 깊었는데, 그런 이유로 시인은 생전에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걱정하곤 했으며, 그 결과 낮에도 항상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말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입니다.


이건 가족이나 친구가 언제 죽을지 모르니, 밤이나 낮이나 "굿나잇"이라고 말하고 다녔다는 해석인 건데요.


글쎄...  이런 해석은 개연성도 많이 떨어지고 억지 해석처럼 느껴져서 많이 불편합니다.




여담으로 시인은 사랑하는 대상에 거의 광적으로 집착했던 것 같습니다.


뭐든 과하면 부족한 만 못하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미국의 몇몇 학자들은 에밀리 디킨슨과 수잔 디킨슨간 소원했던 시기의 한 가지 이유로 수잔이 에밀리의 강렬한 열정에 지쳤기 때문이라고 추측합니다.


그만큼 집착도 강하고 열정도 넘쳤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래서 그녀를 주제로 한 영화가 "조용한 열정"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왔겠구나 하고 추측해 봅니다. (재미는 정말 무한대로 없었던 영화 중 하나였지만, 개인적으로는 시인의 삶을 더 적나라하게 보는 것 같아서 무척 좋았던 영화입니다.)


여하튼 에밀리 디킨슨은 55세의 나이로 요절했지만, 그 삶의 흔적만큼은 굉장한 강렬함을 전해 줍니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자신의 성향을 함부로 드러낼 수조차 없던 상황에서 그 넘치는 에너지를 숨기며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었을지 이해가 됩니다.  


그녀의 과한 열정은 시에 대한 집착에서도 나타나는데, 토마스 히긴슨이 그의 아내에게 쓴 편지를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내 정신력을 그렇게 많이 고갈시킨 사람은 없었어. 그녀 근처에 살지 않아서 다행이야."


정말이지 에너지가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강렬한 열정이 있었기에 하루에도 몇 편씩이 수수께끼 같은 시들을 적어냈으리라 생각됩니다.




19세기 한 여인의 사랑 감성이 21세기에 얼마나 먹히겠습니까마는, 만약에 누군가에게 사랑을 고백해야 한다면, 이 시만큼 자신의 넘치는 애정을 과시할 만한 시도 없을 것 같습니다.


밤을 새우며 그리워하고, 아침이 오면 당신을 만날 생각에 희망과 기쁨이 넘친다는 내용이니, 이 시의 내면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이 열정 가득한 사랑 노래를 듣고서도, 그 사랑을 못 본척하진 못할 것 같습니다.


곧 사랑의 계절인 5월이 옵니다. 5월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 시를 선물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열정과 애정을 꾹꾹 눌러 담은 돈봉투와 함께요.


-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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