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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 상남자 Jun 01. 2024

매일 새로고침 할 수 있어서 다행이긴 한데...

불금... 이란 낱말은 결혼 12년차에 접어든 유부남에겐 꽤 낯선 그것이 되었습니다. 이젠 오히려 금요일이 되면 다른 평일보다 더 일찍 잠들고 평소보다 더 이른시간에 일어나 고요한 새벽을 즐기는 것이 더 좋더군요. 


오늘아침에도 배드민턴을 치며 주말을 시작하기 위해 새벽 6시까지 마포구민체육센터에 갔어요. (마곡에서 하는 줄 알고 마곡체육관 갔다가 아무도 안와서 이상하다...하다가 다시 마포로 간 것은 안비밀...)


익숙한 얼굴보다 낯선이들이 많은 공간에 진입하여 몇 번의 인사를 하고 신속하게 몸을 풀고 게임을 시작합니다. 


배드민턴 게임의 시작은 '서브'죠. 투수가 공을 던져야 야구가 시작되듯이 배드민턴은 서브를 넣어야 게임이 진행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서브를 할때면 느껴지는 미묘한 긴장감이 있어요. 지난 15년동안 즐겨왔던 배드민턴이고 과장을 좀 보태서 해변가 모래알처럼 많이 넣었던 서브임에도 불구하고 첫 서브를 넣을때 온 몸에 어색함이 감돕니다. 


'틱... 앗...쏘리쏘리...'


첫 서브가 걸리고, 두 번째 서브가 걸리니 그 분이 찾아왔습니다. 입스(YIPS)씨죠. 압박감이 느껴지는 시합 등의 불안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근육이 경직되면서 평소에는 잘 하던 동작을 제대로 못하게 되는 현상을 뜻합니다. 흔히들 트라우마 라는 말을 쓰곤 하는데 입스가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프로 선수들 중에도 간간히 입스가 와서 심지어 은퇴까지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두산 베어스의 상징이었던 홍성흔 선수도 포수를 할때 2루 송구 입스가 와서 지명타자로 뛴 케이스고, 미국 메이저리그 투수 중에도 1루 견제할때 입스가 와서 1루 주자에게 2루 도루를 쉽게 허용했던 경우도 있구요. 


저는 배구 서브 입스도 꽤 오랜 기간 겪었고, 배드민턴할때도 서브, 드롭 등 동작을 할때 종종 입스를 겪곤 해요. 오늘도 입스가 왔길래 짜증은 좀 났지만... 나름의 자체 처방을 적용해봤어요. 


그것은 바로 '내 자신에 대한 의심을 거둬들이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내가 할 수 있을까' 가 아닌 '나는 이번 서브에 반드시 내 손에 있는 셔틀콕을 저 네트 너머에 떨어트릴꺼야'하고 생각하는거죠. 


사실 더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방법은 서브 입스가 오기 전에 예방하는 거에요. 첫 게임을 시작하기 전 워밍업 단계에서 서브 연습을 몇 번만 해도 지금껏 쌓아왔던 감을 살릴 수 있는데 그 과정을 건너뛰고 바로 게임에 들어가면 꼭 문제가 생기더라구요. 


15년을 배드민턴을 쳤는데도 매번 새롭다고 하면 좀 오바일까요...?


그럼 42년을 살아온 내 인생은? 당신의 인생은?


모래알만큼 맞이한 아침인데도, 매번 새로고침된 상태로 아침이 다시 시작되는 것 같지 않으신가요? 새로고침된 하루를 잘 시작하는 방법은 미리 워밍업을 하는거에요. 여유를 갖고 오늘 하루를 잘 살기 위해 미리 서브도 넣어보고, 스트레칭도 좀 해보는 것처럼 일어나자마자 유투브 쇼츠, 릴스 이런거 보지 말고 명상, 좋은 글 읽기, 블로그 글쓰기 이런 것들을 해보는 것이죠. 


지난 4월에 축구하다 무릎 다쳤을때에도 충분한 워밍업없이 투입되어 뛰다가 5분만에 아웃된 것이구요, 14년전에 아킬레스건이 파열되었을때도 게임 시간에 늦어서 급히 투입되었다가 다친거였어요. 오늘 서브 입스도 워밍업 없이 하나 온 것이구요.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헐레벌떡 뛰어와서 내 생계 전선에 뛰어든다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요?


매일 새로고침 할 수 있어서 다행이긴한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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