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무렵으로 기억합니다. 대학원을 함께 다녔던 친구를 만나 꿈에 관해 이야기하던 중이었습니다. 제가 언젠가 책 한 권을 집필해보고 싶다고 말하자, 친구는 잠시 생각하더니 제안했습니다.
"블로그를 한번 시작해봐."
그 친구의 아내가 블로그에 두 딸과 함께 노는 다양한 방법과 후기를 꾸준히 기록했더니, EBS에서 연락이 와 방송에도 출연하고 책도 펴내게 되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래, 그럼 나도 블로그를 시작해보자.'
그렇게 개인 일기장처럼 시작한 블로그는 점차 우리 가족의 일상을 담는 소중한 앨범이 되었습니다. 집 주변 맛집을 찾아다니며 함께 즐거웠던 식사, 여행지에서의 소중한 추억을 기록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방문자 수가 늘어났고, 제 블로그도 조금씩 활성화되기 시작했죠.
그러던 중 본격적인 AI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챗GPT를 시작으로 타오른 AI 열풍은 구글 제미나이, 퍼플렉시티 등 다양한 플랫폼이 경쟁하는 춘추전국시대를 열었습니다. 블로그 세계에도 변화의 파도가 들이닥쳤습니다. 사람들이 직접 글을 쓰는 대신, 몇 장의 사진과 키워드만으로 AI를 활용해 글을 생성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저 역시 조금 편해지고 싶었습니다. 어제 방문한 식당의 후기를 직접 쓰려면 한 시간 남짓 걸렸지만, AI를 활용하면 10분이면 충분했으니까요.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AI를 이용하면 더 풍성한 이야기를 쉽게 담아낼 수 있으리라 믿었습니다. 학생들에게도, 두 딸에게도 AI의 장점을 전파하며 예전만큼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제게 이상한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예전처럼 글을 쓰고 싶거나 써야겠다는 의지가 조금씩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심지어 AI에게 주제를 던져주고 명령어를 내리는 일조차 귀찮게 느껴졌습니다. AI의 도움을 받기 시작하며 은연중에 걱정했던 상황이 현실이 된 것이죠. 마치 내 뇌의 일부를 AI에게 떼어준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그제야 아차 싶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직접 글을 써보려 합니다. 저부터 소홀했던 글쓰기 연습을 시작하고, 제 아이들과 학생들에게도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술술 풀어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AI를 진정한 동업자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다스릴 수 있는 나만의 '쓰기 역량'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2026년 글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저와 두 딸이 글쓰기 실력을 키워가는 과정, 그리고 글쓰기를 통해 서로 소통하는 순간들을 기록해보려 합니다. 제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도록 따뜻한 응원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