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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효선 Mar 14. 2022

코로나 극복_자연의 정화능력

코로나 확진으로 자취방에서 일주일 동안 격리생활을 했다. 처음 증상은 몸이 엄청 피곤하고 무거웠고 그날 밤 오한에 시달리며 땀을 흘리더니 기침이 시작됐다. 나는 정말 그냥 감기 몸살인 줄 알았다. 1일 차 새벽에 기침 조금 했을 뿐인데 아침에 목이 가서 쉰 목소리조차 잘 안 나오는 것을 보고 이거 보통이 아니구나 싶었다. 친한 언니가 코로나 확진 소식에 걱정되어 전화를 했다가 내 목소리를 듣더니 깜짝 놀라서 바로 끊어버렸다. 목은 안 아파서 인후염은 없나 보다 했는데 3~4일 차 때 인후통이 시작돼 고생했다. 전반적으로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고 어지러운 느낌이 지속적으로 들었다. 초반에 기침할 때마다 흉통이 있어서 폐렴으로 갈까 봐 정말 걱정했는데 다행히 지금은 괜찮아졌다.

어떻게든 이 바이러스와 싸워 이기기 위해 힘들고 귀찮아도 밥은 뜨끈한 국 반찬 위주로 잘 챙겨 먹었고(미역국, 황탯국, 김치찌개), 처방받은 약, 과일, 비타민도 잘 챙겨 먹었다.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특히 좋다고 해서 미지근한 물을 많이 마셨다. 

내가 예상하는 감염경로는 시외버스인데 버스 옆자리에 앉은 아주머니가 마스크를 끼지 않고 내내 휴지로 코를 풀고 기침을 했다. 불안하긴 했지만 설마 했는데 그때 옮은 게 맞는 것 같다.  

취직한 지 일주일 만에 코로나로 인해 공가를 써야 하는 상황이 너무 불안하고 걱정됐다. 나는 뭔가 시작할 때 두려움이 높은 편인데, 겨우 마인드 컨트롤을 해서 열심히 해보자! 마음을 먹자마자 이런 일이 닥치니 애써 끌어올린 자신감이 또다시 완전히 떨어지면서 두려움에 갇혀버렸다. 몸이 아프니까 정신도 힘들어져서 나한테 왜 이런 일이…부터 시작해서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절망감까지 들었다. 

인간은 불운한 일이 닥치면 그것에 대한 의미를 집착적으로 찾으려고 하는 것 같다. 나도 한동안은 코로나가 나에게 알려주는 것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생각해보았다. 정확한 답은 신만이 알겠지. 나는 나만의 답을 나름대로 정리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마음씨 좋은 팀장님, 동료 선생님들께서 내 잘못이 아니니 일은 신경 쓰지 말고 몸 회복에 힘쓰라고 응원을 보내주셨다. 비대면 진료로 처방된 약을 약국에서 배달해줄 지인이 없어서 난감했는데 팀장님께서 직접 집까지 약을 가져다주시고 과일, 간식 등 정말 많이 챙겨 주셨다. 직장 때문에 홀로 타지 생활하는 것이 안돼 보였을 것 같기도 하다.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지만 갚을 생각을 하니 부담도 됐다. 이러한 배려와 마음 덕분에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 다만 체력은 전보다 확실히 약해진 느낌이 든다. 오늘 방청소를 하는데 평소보다 너무 힘들고 땀도 많이 났다.  심한 후유증이 없기를 바란다. 이제 오늘 밤 12시면 격리 해제된다.

일주일 동안 방안에서의 격리생활은 집순이인 나에게 별로 힘들지 않았다. 나는 밥 먹고, 자고, 남는 시간에는 주로 책을 읽었다. 수요 독서모임 선정도서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책인데 재밌게 읽고 있다. 몸이 힘들어서 오래 읽지는 못했다. 그나마도 3일 차까지는 아파서 뭘 못하다가 4일 차쯤 돼서 조금씩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다. 넷플릭스로 드라마를 몇 개 보기도 하고, 유튜브 강의 영상도 들었다. 

화요일부터 시작된 나의 격리생활. 수요일 저녁에 있는 독서모임은 당연히 불참, 이 날 대선이었는데 이런 일을 대비한 것은 결코 아니었으나 사전투표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금요일 오전에 줌으로 진행하는 독서모임에 참여했고, 토요일에는 약속된 상담 일정이 있어서 전화로 진행했다. 2시간 정도 집중했을 뿐인데 너무 힘들어서 땀이 엄청났다. 남은 시간에는 녹초가 되어 푹 쉬었다. 일요일은 한 달에 한번 있는 임상심리 2급 온라인 강의 수강하는 날이라 줌으로 참여했다. 흐어, 이렇게 보니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았겠구나. 그래도 뭐라도 하는 게 너무 늘어져 있는 것보단 나은 거 같다. 집에만 있으니 배도 나오고 근육이 약해진 것 같다. 다리가 후들후들… 내일은 정말 오랜만에 산책 좀 해야지! 

격리생활 사이에 봄이 찾아왔다. 피부를 찌르던 매서운 공기는 한층 부드러워졌다. 봄비도 내리고. 움트는 새싹들이 뿜어내는 봄내음을 깊이 들이마셔본다. 벌써 3월 중순이라니… 시간이 훅 지나간 것 같다. 여러 가지 사건들로 정신없이 아프고, 지치고, 절망스럽고, 슬픈 와중에도 봄은 왔다. 나는 계절의 흐름을 막을 수 없다는 이 불변의 진리를 정말 사랑한다. 어김없이 오고 가는 계절에 나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강력하고 위대한 자연을 느낀다.

이제 자연은 최고의 정화능력으로 그가 입은 상처를 묵묵히 치유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도 자연의 일부이기에 우리의 마음 깊이 들어앉아 얼어붙어 있는 상처가 있다면, 봄바람에 서서히 녹고 잘게 부서지며 결국엔 치유될 것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시기, 질투, 미움, 원망, 탐욕, 어리석음으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주변의 모든 것들을 아프게 하지만, 자연은 그럼에도 우리 모두를 품어줄 것이다. 자연은 사랑이기 때문이다. 

한없이 작고 연약한 나는 광활한 자연에 기대어본다. 기대어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유일한 존재. 천천히 이루어지는 정화의 소용돌이 속에 편안히 몸을 맡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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