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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효선 Feb 08. 2022

불안

범불안장애

범불안장애 증상과 치료에 대한 강의 영상을 봤다. 나도 20대 초중반까지는 ‘불안’이 굉장히 높았기 때문에 그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감정이고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지 잘 알고 있다. 불안하면   각성상태에 있게 되고 이런저런 걱정에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예민해지면서 위장기관도 안 좋아진다. 신체 컨디션이 떨어지면서 자신감도 떨어지고 실제 일에서도 실패 경험을 자주 하게 될 확률이 높다. 그러다 보면 삶 자체가 버겁고 힘들어져서 우울증이 동반되기 쉽다. 그런 사이클을 반복하면서 불안과 우울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죽음까지 생각하던 시기가 있었다. 

몇 년 전 술을 먹던 시절에 공황까지 찾아왔는데, 숨을 제대로 못 쉬고 죽을 것 같은 공포는 겪어본 사람만 알 것이다. 규칙적인 생활습관, 적절한 수면, 운동 등 치료 방법은 알지만 무기력 때문에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많이 힘들었다. 그리고 술을 마시면 이 모든 노력이 거의 헛수고가 되기 때문에 불안을 낮추고 싶다면 술은 정말 끊어야 한다. 카페인도 불안을 높이는 요소이기 때문에 끊어야 하는데 커피는 끊지 못했다. 대신 하루에 한 잔 이상은 마시지 않는다. 불안을 낮추기 위해 몸을 이완시키는 훈련을 하면 좋다. 꽤 오랜 시간 극단적인 부정적 생각을 바꿔주는 연습도 필요하다.  

전보다 불안이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일반적인 사람들보다는 높은 편인 것 같다. 그래도 전에는 한 달 중 거의 하루 빼고 다 불안한 날들이었다면, 요즘은 생리 전 증후군이나 배란 증후군으로 호르몬 변화가 심할 때 말고는 그럭저럭 견딜 만하다. 

며칠 전 한밤 중 갑자기 ‘가족들이 사고를 당해 죽으면 어쩌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 죽고  결국 나 혼자만 남게 되면 어쩌지’라는 끔찍한 생각이 들어 엄청 불안했다. 예전 같으면 바로 전화를 해보는데 그냥 꾹 참았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잖아.’ 심호흡하며 명상을 했다. 명상을 마치자마자 동생에게 카톡이 왔다. 다들 무사히 집에 있었다. 범불안장애 특징이 질병이나 죽음에 대한 공포라는 데 나도 아직 다 나은 건 아닌 것 같다. 이 끔찍한 생각이 한번 들기 시작하면 좀처럼 멈추기가 힘들다. 꼭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얼마 전 친한 친구를 갑작스럽게 떠나보내면서 죽음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더욱 심해진 것 같다. 

죽음은 대다수의 경우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점을 잊지 않기 위해 매 순간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불안은 생존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감정이다. 때로는 뭔가를 행동하게 하는 동력이 되어 주기도 한다. 오늘 통장 잔고를 보며 불안 센서가 아주 강하게 작동하여 급하게 단기 알바를 구했다. 앞으로 일주일은 내가 없다 생각하고 일이나 열심히 해야겠다. 몸이 잘 버텨 주기를.       

모든 감정은 필요한 감정이고 이유 없는 감정은 없다. 나랑 잘 지내보자.

살롱드노마드 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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