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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효선 Feb 03. 2022

나를 돌보기

자기 돌봄

오늘도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새벽 2시 30분쯤 잠이 든 것 같다. 자다 깨다 하다 눈을 뜨니 오전 10시 30분… 핸드폰으로 연락 온 거 있나 확인하고 다시 잠이 들어 12시에 눈을 떴다.

‘또 늦잠이네…’ 낮 12시가 넘어서 일어나면 아까운 하루가 벌써 반이나 지나가버린 것 같아서 왠지 기분이 좋지 않다. 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겁고 머리도 아프다. 동생에게 전화를 해 나의 암울한 감정을 털어놓고 씻고 준비해서 나왔다. 밥은 제대로 챙겨 먹지 못했다.

한의원에 왔다. 교통사고 후 입원 치료를 일주일 정도 받았고 퇴원하고 외래진료는 처음이다. 한 일주일 만인 것 같다. 원장님이 그 사이 또 가슴 쪽이 꽉 막혔다고 했다. 머리 쪽도 스트레스가 많다고… 머리, 목 뒤에 맞는 침이 너무 아팠다. 등, 다리, 팔에도 맞았다. 한의원 선생님은 남을 돌봐 주는 것으로 자기 가치를 찾으려 하지 말고 스스로를 돌보고 자기 가치를 자기가 알아줘야 한다고 했다. 안 그래도 요즘 내가 나를 잘 돌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아셨지?

한의원 치료가 끝나고 나오니 오후 3시 30분. 배가 고파 근처 분식집에서 오므라이스를 먹었다. 케첩이 너무 많이 들어간 것 같았다.

4시에 예약한 상담실이 한의원 근처였다. 1시간 동안 또 내 얘기를 했다. 뭐가 힘들고 어린 시절은 어땠고… 마음이 우울하고 슬프고 불안하고 등등… 내가 살아왔던 삶을 돌아보면 정말 힘들었구나 싶다. 살면서 그것을 자꾸 잊는 것 같다. 충분히 지금도 이 정도면 애쓰고 있고 잘하고 있는 건데 나는 일반적인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니까 자꾸만 내가 부족하고 못 나 보이는 거다. 출반선이 달랐고 그것을 충분히 이해해주고 다독여줘야 하는데 깜빡하는 거다.

자꾸만 나도 다른 사람처럼 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가정환경이 안정적이고 감정적으로 평온하고 단단한 사람이면 좋을 텐데 하고. 과거를 바꿀 수는 없으니 지금부터 천천히 해 나가면 되는데 마음이 조급하고 불안한 것 같다. 내 행동에 대해 부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으며 살아와서 그런지 무의식 중에 내 행동에 대해 안 좋은 피드백을 받을까 봐 두렵고 걱정된다. 그래서 늘 긴장하고 눈치 보는 거다.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약한 것도 내가 직접 그 상황을 해결해 본적이 거의 없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스트레스 상황을 극도로 두려워하고 그 상황이 실제로 닥치면 천천히 헤쳐 나갈 생각을 하기보다 완전 패닉이 오거나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못하고 우울해하고 슬퍼하기만 한다. 예전에는 술에 만취하는 방법도 있었다.

상담사 선생님은 일상을 살아갈 힘을 길러보자고 했다. 호흡법도 알려주셨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말을 하는 연습도 해보자고 하셨다. 그동안 명상, 복식호흡, 나를 위로하는 말을 어느 정도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좀 더 진심으로 해줘야겠다.

혼자서는 살아가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나도 할 수 있다고 다독여보지만 정말 버겁게 느껴진다. 누가 나 좀 도와줬으면 좋겠고 대신해줬으면 하는 마음 든다. 하나하나 스스로 해 나가야지.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나 자신에게 알려주고 싶다.

나는 정말 거의 항상 쫓기듯 살지 않았나 싶다. 마치 드넓은 초원에서 다른 육식동물들에게 잡아먹힐까 봐 두려움과 불안에 떨며 겨우겨우 살아가는 토끼 같다. 토끼에게 세상은 너무나 두렵고 불안하고 무서운 곳이다. 토끼는 자기를 지켜줄 누군가가 있었으면 하지만 그런 존재는 없다. 토끼는 무시무시한 육식동물에게 고통스럽게 잡아먹히느니 차라리 절벽에 뛰어들어 죽고 싶은 마음이다. 토끼가 어떻게 하면 편안하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


토끼굴에 들어가면 되지. 착하고 다정한 토끼들이 많이 있고 따뜻하고 아늑하고 안전한 토끼굴…

나는 나만의 토끼굴을 찾아야 한다. 천천히 해보자!


2021.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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