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비약적인 발전은 사실상 손의 용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땅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진 손을 이용해 각종 도구를 만들면서 지구 상 다른 종들과 현격한 격차를 만들어냈다. 손은 무력을 뜻하기도 하고 이해를 위한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대상을 이해할 때 시각이 중요하지만 손을 통해 만져봐야만 비로소 이해가 완성된다. 어떠한 상황을 파악(grasp)한다고 할 때 한자에서도 손이 포함된 것이 놀랍다. 손은 또 일손과 노동 때로는 손재주와 통제를 의미하기도 한다. 손에 붙은 재주와 기술은 여간해선 그 손을 떠나지 않는다. 손을 <밖으로 나온 두뇌>라고 한 것은 손의 위대함을 정확히 아는 이가 표현한 것이다. 한국이 반도체 업계에서 세계를 제패하는 기적을 만들어낸 원동력이 여성들의 손끝에서 비롯되었음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그 아름다운 손이 일구어낸 값진 성과다. 특히 여자의 손은 더욱 아름다워 작가 생텍쥐페리도 매우 좋아했던 것 같다. ‘어린 왕자’ 저자인 그의 마음을 가장 오랫동안 사로잡았던 여자는 ‘파리의 지붕 위에 불을 뿜는 엘살바도르의 작은 화산’이라 불렸던 콘수엘로 순신 산도발이다. 그녀는 사별한 남편 카리요의 유산을 정리하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들렀다 앙투안 생텍쥐페리와 운명적인 만남을 가진다.
얼마 전 남이섬에 갔을 때 손을 내미니 새가 날아와서 내 손바닥에 앉았다. 독특한 경험이었다. 예전에 어떤 사람이 새들과 얼마나 친한지 자신의 어깨에 와서 앉을 정도였다. 자신의 친구에게 자랑하며 새가 자신에게 다가오면 손으로 잡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웬일인지 그날따라 새들이 그 사람의 근처에도 오지 않았다. 이런 걸 기심(機心)이라고 한다. 손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경험에 비추어 보면 기심이 없을 때는 스스럼없이 잡을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을 땐 행동이 부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한편 남자가 여자 손을 잡도록 유도하는데 일곱 단계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손을 잡는 것이 키스나 그 이상의 단계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남자로서는 여자가 자신에게 특별하다는 걸 보여 주는 방식이며 자기 여자라는 걸 은연중 과시하는 행동이다. <사랑의 불시착>에선 내심 그토록 서로를 사랑하고 돌발 상황에서 키스도 했지만 이정혁과 윤세리가 손을 잡고 다니지는 않았다.
이미 프랑스 문학계에 ‘남방 우편기’로 이름을 날렸던 생텍쥐페리는 직업적인 비행기 조종사이기도 해 콘수엘로 일행에게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아름다운 전경과 주변의 계곡을 보여 준다. 가벼운 비행기 멀미를 하는 콘수엘로에게 약을 주면서 잡은 그녀의 작고 아름다운 손은 생텍쥐페리를 이내 열정에 사로잡히게 한다. 그 자리에서 그는 그녀의 아름다운 손을 영원히 차지하고 싶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청혼한다.
영어권에서 여자의 손을 잡고 제단으로 이끈다(lead ~ to the altar)는 말은 여자와 결혼한다는 의미로 손은 남녀를 맺어 주는 처음이자 마지막 단계이기도 하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서 멕 라이언의 손을 잡으면서 그들의 로맨틱한 관계는 시작된다. 그리고 그 빌딩 네 개의 면에 대형 빨간 하트가 표시되면서 영화는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