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다윗이 하얌이를 공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하얌이가 다윗을 귀찮게 하니 다윗이 싫다고 으르렁대는 모습이다.
살다 보면 이런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
이런 상황을 반전시키기에는 사람들이 기다려주지 않는다.
혼자만 과거의 시간에 메어서 남은 시간을 낭비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다 보면
자기 분노에 휩싸여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아내지 못할까 우려된다.
그냥 한 번쯤 왜 화가 났을까를 생각해 보는 것이 이해하는데 최선이다.
두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예전 회사에서 상사가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 드러나지 않은 거짓말을 해서 내가 참다못해 화를 내게 되는 상황이 몇 번 되풀이되었다. 사람이 아주 어처구니없는 일로 당하다 보면 어떤 논리적인 추궁을 하기보다는 화부터 나는 것이었다. 그것도 상대의 자기와는 상관없다는 듯 무심한 반응 때문에 폭발적인 화가 나게 된다. 얼핏 보기에 얌전히 있는 하얌이한테 다윗이 혼자서 성질내고 지랄하는 것처럼 보이듯이 내가 바로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전에 하얌이가 깐죽깐죽 다윗을 괴롭혔는데 집사는 그것을 보지 못하고 다윗이 하악질 한 것만 본 것이다.
가령 개인적인 볼 일이 있어서 하루 연차를 내려하는데 일이 너무 많아서 눈치가 보였다. 상사가 자신의 자율권으로 두어 시간 일찍 퇴근해도 된다 해서 그렇게 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막상 시간이 되어 나가려 하니 영업 나갔던 대표가 사무실에 일찍 들어와서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자기가 상사이니 충분히 그 정도 시간은 내게 해 줄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했었다. 그런데 대표에게 뭐라고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잔머리 굴려서 시간을 빼먹는 것처럼 만들었다. 나한테 와서는 대표가 앞으로는 연차를 쓰라고 했다며 비루하게 행동한 것처럼 만들었다. 화는 나고 설명하고 따지고 싶었는데 약속 시간이 늦어져서 퇴근해야만 했다. 약속 장소에는 이미 30여분을 늦었고 등신같이 구정물 뒤집어쓴 기분에서 벗어나기가 힘들었다. 그날 약속한 지인에게 두 배 세 배 미안했다.
내가 진짜 폭발한 것은 내가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대하는 태도였다. 자신이 이전에 한 행동에 대해 전혀 기억을 못 하는 사람처럼 행동하며 대표의 불쾌한 언행만 전달하고 시치미를 떼는 행위였다. 한마디로 상사와 내가 합의한 과정은 전혀 모르는 대표가 자신이 없을 때 근무시간에 대한 태도가 불성실하다고 여기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평상시에 성실하다고 여긴 직원이 그렇게 했다고 생각하면 불쾌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차라리 나를 불러 직접 말했으면 그 과정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면 이렇게 억울하고 답답하지는 않을 것인데, 상사가 자기가 자기 편한대로 자기 책임질 상황은 쏙 빼버리고 처리해버리니 사소한 일로 대표에게 찾아가 설명하기도 모호했다. 그만두려 하지 않는 이상 내가 대표를 직접 상대하게 되면 상사의 거짓말이 드러날 테고 그러면 대표의 입장이 곤란해질 것이다. 혼자 뒤집어쓰고 말았다. 처음에는 화도 나도 믿어지지 않아 무언가 오해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어 상사와 대화를 시도해 보았다. 그런데 무책임한 그런 태도에 더욱더 화가 났다. 상대를 수렁에 빠트리는 것도 재주다.
그 상사는 정말 믿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배려해 주는 척하면서 대표한테 거짓말하고 그것이 들통 나게 생기면 아랫사람에게 뒤집어 씌우는 사이코 상사이었다. 계속 따지다가는 화만 나고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 멈추었다. '제 버릇 개 못준다' 속담처럼 그 뒤로도 상사는 똑같은 짓을 하려고 시도하였다. 뻔 한 결과가 연출될 것이기에 받아들이지 않았다.
화내는 사람만 이상한 사람이 되고 왜 화를 내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은 없었다. 대표와 회사 내 사람들은 그 상사가 지껄이는 말만 그대로 믿는 것이었다. 왜 그런지 관심도 없는 사람들에게 하나하나 설명하기도 궁상스러웠고 힘도 소진되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하는 마음으로 나를 대하는 것 같아 마음만 상했다.
그다음부터는 이를 악물고 화내기를 멈췄다. 해결하려 따지지도 않고 가만히 있으려니 숨이 막혔다. 그 힘든 순간이 흘러 며칠이 지나니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나도 더 이상 화가 나지 않았다.
프랑스의 작가 모파상의 '노끈'이라는 소설이 생각난다. 끈 종류를 수집하는 취미가 있던 노인이 시장에서 우연히 노끈을 주었다. 그런데 시장이 그날 지갑을 잃어버린 것이다. 노끈을 줍는 노인을 우연히 본 시장 사람 하나가 이상하다고 말하자 그 말이 지갑을 훔쳤다는 소문으로 번졌다. 다행히 시장이 지갑을 찾았는데, 노인이 불쌍해서 시장이 덮어준 것이라고 사람들 사이에 소문이 났다. 결국 노인은 자기가 주운 것은 지갑이 아니라 노끈이라고 주장하지만 아무도 믿어 주지 않는다. 얼마 가지 않아 노인은 죽었다. 노인은 노끈 이야기를 하면서 죽었다. 읽는 내내 답답함과 충격을 받았다.
소문이나 오해는 풀려고 노력하지 말자고 결심했다. 답답해도 반응하지 않고 참아야 한다.
소문은 풀려고 할수록 더 꼬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문에 대한 반응은 모두 변명거리로 여긴다. 오히려 반응이 소문에 가속도를 붙이는 기름이 되어버린다.
소문은 그냥 놔두면 한마디로 저 혼자 지랄하다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