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무도 ABA를 말하지 않죠?

—— 자폐 치료의 ‘표준’을 제도 밖에 두는 나라

by OurSlowBlooms


자폐 치료에서 가장 먼저 들어야 할 이름이 있습니다.

ABA, 응용행동분석(Applied Behavior Analysis)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됐고, 미국과 일본에선 이미 표준처럼 쓰이는 치료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작 한국에선 이 말을 아무도 하지 않습니다. 부모가 먼저 공부하고, 알아내고, 찾아다니기 전에는 대부분 이 치료에 대해 먼저 말해주지 않거든요.




자폐는 아직 완치가 불가능한 발달 장애입니다. 뾰족한 치료법도 없고, 정답도 없고 원인도 몰라요. 같은 나이, 같은 진단을 받은 아이들이 같은 치료를 받아도,

누구는 놀라운 변화를 보이고, 누구는 거의 반응이 없고 누군가는 우리 아들처럼 퇴행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자폐 치료에는 아주 깊은 불확실성이 깔려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는 더욱 절박해집니다. 혹시 우리 아이에게 맞는 길이 있을까, 그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모든 걸 쏟아붓게 되죠.


그 과정에서 많은 부모가 처음 듣게 되는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ABA, 응용행동분석입니다. 그리고 곧, 알게 됩니다. 이 치료가 얼마나 중요하고, 또 얼마나 제대로 된 치료실을 찾기 어려운 치료인지.




ABA는 자폐 조기개입에서 현재까지 가장 효과가 있다고 입증된 치료방법입니다. 바로 응용행동분석(Applied Behavior Analysis)의 약자인데, 한국에서는 이 치료가 전액 자비 부담, 비공식 자격증, 민간 사설센터 의존이라는 극단적인 사교육 구조에 놓여 있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과는 전혀 다른 방향을 걷고 있지요.


그렇다면 ABA치료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ABA는 흔히 “잘하면 상을 주고, 잘못하면 벌을 주는 훈련식 치료”로 오해받곤 합니다. 실제로 초창기 ABA는 지금보다 훨씬 통제적이고, 강압적인 방식이 일부 사용되기도 했기에 이런 편견이 아직도 남아있어요.


하지만 요즘 ABA 치료는 완전히 다릅니다.

무엇보다도 아이의 감정과 자율성을 존중하고, 긍정적인 행동을 스스로 선택하게 유도하는 치료로 변화하고 있어요.


여러 센터 수업을 들어보시고 너무 강압적인 곳이 있다면, 그리고 아이가 너무 적응하지 못하고 매일 운다면 그 센터를 바꾸셔야 합니다.


아이가 불편한 상태에서 문제행동을 보일 때, 그 행동을 억누르기보다 “왜 그런 행동이 나왔는지”, “무엇이 아이를 힘들게 했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그 행동 수정에 어떤 치료가 적합한지를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코칭해주는 곳을 찾으셔야 합니다.




여기서 잠깐 미국과 일본의 ABA치료는 어떤지 알아볼까요?


미국

효과가 입증된 치료는 ‘가정의 몫’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으로 다뤄집니다. 너무 부러워요. ㅠㅠ


ABA는 국가가 책임지는 표준 치료

대부분의 주에서 보험을 통해 치료비 지원

공립학교 IEP(개별화 교육계획)에 ABA 전략 포함

대부분의 주에서 보험을 통해 치료비 지원

국가공인 자격제도(RBT, BCBA) 통해 치료사 양성

부모교육도 공공기관에서 체계적으로 제공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 일본


특수지원교육 안에 행동중재가 자연스럽게 녹아있으며, ABA라는 이름을 직접 쓰지 않더라도 그 원리는 교육·복지·보건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수지원교육’ 체계 안에서 경증 발달장애까지 포괄

보건소·복지센터·학교가 연결된 지역 조기개입 시스템

공립유치원·초등학교 교사 대상 행동중재 연수 실시

일부 치료는 지자체나 의료보험 지원 대상




한국


ABA치료는 있지만, 제도와 국가 공인자격이 없어요.


• 치료비는 대부분 월 100만 원 이상, 전액 부모 부담

• 국가 공인 치료사 자격 부재 민간센터마다 기준 제각각

• 부모가 ABA를 배우기 위해선 고비용 연수 or 해외 강의 의존

• 학교·교육청은 최근 ABA를 조금 언급하지만 적극적으로 적용하지 않음


결국 우리나라 ABA는 부모의 선택에 따라 치료가 결정됩니다. 문제는 치료가 아니라 이 시스템에 있습니다.


• 미국·일본은 ABA를 사회가 책임지는 구조

• 한국은 효과를 알고 있으면서도 사회 제도 없음




***ABA 센터 선택 시 부모가

꼭 확인해야 할 것들****


ABA 치료를 시작하고 싶어도, 부모가 직접 센터를 비교하고 치료사를 판단해야 하는 현실도 어렵습니다. 아래는 ABA 센터를 선택할 때 꼭 확인해야 할 몇 가지 중요한 기준입니다.



1. 치료사 자격

치료사가 **ABA 관련 자격(RBT, BCaBA, BCBA 등)**을 갖췄는지 꼭 확인하세요. 그런데 아쉽게도 이제 국내에서는 이러한 자격증을 획득할 수 없어요. 해외에서 오직 영주권이 있어야 응시가능합니다. 그 이전에 획득하신 분은 상관없지만, 현재는 전혀 불가능해요.


이제는 국내에서는 협회 또는 학회에서 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는데 QABA협회라고 한국응용행동전문가 협회(국제에서 자격증을 받으신 분들이 만든 곳)에서 자체적으로 ABAS 자격시험을 보고 있어요.


또 한 곳으로는 한국응용행동분석학회라고 KBA 자격증이 있는데 이 학회는 교수급 분들이 만드신 곳이고 면접도 봐야 자격증 획득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전문자격증을 갖춘 선생님 수가 부족하다 보니 자격증을 가진 선생님 한 분이 센터를 차리고, 자격증 없는 일반 심리치료사나 언어재활사 선생님을 코칭형식으로 알려주는 방식이 우리나라 대부분 ABA센터의 현실정입니다.


2. 1:1 수업 구조와 수업계획의 투명성


ABA는 기본적으로 아동 1명당 치료사 1명의 구조입니다.


• 치료 계획이 개별화(맞춤형) 되어 있는지

• 주기적으로 평가 및 피드백이 제공되는지


위 내용이 모두 가능한지 꼼꼼하게 체크해보세요. :-)


3. 부모 참여와 소통


치료가 끝난 뒤 상담이나 피드백 시간이 충분히 제공되는지(최소 10분)

부모가 가정에서도 연계할 수 있도록 간단한 숙제나 교육 안내가 제공되는지


이것이 우리 아이의 행동변화와 일관성을 위해 정말 중요해요.


4. 처벌 중심 접근이 아닌지 확인


• 아이의 행동을 통제하거나 벌을 주는 방식은 현대 ABA에서는 지양됩니다.

• 문제행동을 무시하거나 억제하려는 방식이 아닌, 문제행동의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인지를 반드시 물어보세요.


5. 수업 영상 제공 또는 관찰 가능 여부


부모가 수업을 관찰할 수 있는 환경인지,

수업 녹화 영상 제공 또는 실시간 확인이 가능한지 확인해 보세요.(일부 센터는 보호자에게 수업을 공개하지 않기도 합니다.)


저는 모든 치료실을 선택할 때 cctv가 교실을 비추는 곳에 다니고 있으며, 대기실과 치료하는 곳의 거리가 가까워 아이의 소리를 조금이라도 들을 수 있는 곳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선택팁 : 가능한 경우, 최소 2~3군데 이상 상담을 받아보고 비교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와의 상호작용 방식, 치료실 분위기, 말투만 봐도 “이곳이 내 아이에게 맞는지 아닌지” 체감할 수 있어요.




부모들이 잘 모르는 또 하나의 정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전국에 행동발달증진센터 거점병원이 있는데요.


보건복지부는 전국 주요 아동병원 및 대학병원에 **‘행동발달증진센터’**라는 이름의 거점 병원을 지정해 자폐·ADHD 등 발달 문제 아동을 위한 행동중재 서비스를 일부 지원하고 있습니다.


현재 20여 곳 이상 지정돼 있으며, 일부 병원에서는 ABA 기반의 프로그램(부모교육 포함)을 실시합니다. 소득 기준에 따라 의료비 일부 지원도 가능해요.


하지만 문제는…

정보 접근성이 매우 낮고,

지역에 따라 접근성이 크게 차이 나며,

치료 대기 기간이 길고,

치료 인력 자체도 매우 부족

많은 치료대기인원으로 종결기간이 정해져 있음


다시 말해, 제도는 있지만 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현실입니다.


*** 각 센터의 정확한 위치, 연락처 및 제공 서비스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보건복지부 공식 홈페이지의 발달장애인 거점병원·행동발달증진센터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결국 지금의 구조에선,

민간 치료와 국가 지원 사이에서

부모가 직접 정보를 찾아 헤매야 하는 상황이에요.


ABA라는 치료는 분명히 존재하고, 우리나라에도 제도는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둘 사이를 이어주는 통로는 아직도 너무 희미합니다.




이야기를 마치며…

우리 건우 이야기


제도는 있지만, 그 제도는 너무 짧고 얕습니다.

ABA라는 치료가 아이에게 꼭 필요하다는 걸 부모는 압니다. 하지만 그 치료를 얼마나 오래, 얼마나 일관되게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대답은 없습니다.


치료가 막 효과를 보이려는 순간 “지원은 여기까지입니다”라는 말,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줄어드는 치료 자원, 성년이 되면 더 이상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끝이 없는 깊은 불안감에 빠지게 되죠.


우리는 매번 언제 치료를 종결하자는 통보를 받을지 몰라 불안해하고, 아이가 커갈수록 오히려 갈 곳이 사라지는 현실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 아이는 중장기적으로 갈 곳이 없어지고 있는 중 입니다.


요즘 건우는 예전보다 말을 안해요. 2학년 이후로는 반향어도 사라졌습니다. 언젠가 “요구르트 주세요.”라며 웃던 그 표정을 아직도 선명히 기억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갈수록 건우는 말이 점점 없어지고 저는 시간이 갈수록 건우와 소통하고 싶은 말이 더 많아집니다.


ABA가 모든 아이에게 정답이라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자폐치료에는 지금 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그동안 자폐에 가장 효과가 입증된 치료라면

부모의 경제적 능력과 배경에 상관없이,

누구나 기본처럼 접근할 수 있는 사회였으면 합니다.


저는 늘 생각해요. 건우가 스스로 말을 잃은 걸까,

아니면 말을 지킬 환경을 우리가, 아니 내가 만들지 못한 걸까.


이런 이유에서,

가장 효과가 입증된 치료라면

누구나 기본처럼 접근할 수 있는 사회였으면 합니다.


건우를 통해 저는 ‘치료’보다 더 오래가는 것이

결국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는 것을

매일 조금씩 배우고 있습니다.




자폐 진단을 받고 처음 들었던 말은


“좋은 치료 많아요.

그런데… 직접 찾아보셔야 해요.”였습니다.


대부분 ABA가 효과적이라는 건, 부모가 더 먼저 알고 시작합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어디서 받을 수 있는지,

어떤 치료가 효과적인지, 얼마나 오래 받을 수 있는지,

누구나 받을 수 있는지.


그 모든 것이, 정부나 국가가 결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정보력과 경제력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치료를 선택하고, 견디고, 포기하고, 다시 시작합니다.


가장 효과적인 치료가 가장 기본이 되는 날을,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혼자 걷지 않아도 되는 날을,


나도,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간절히 기다리고 있겠지요.


오늘도 고단했을 당신을 그리고, 나를 위로합니다.


2돌이 지나고 얼마 뒤 건우가 엄마하고 말하던 순간


엄마라고 명확히 말하던 너의 시간을 엄마가 놓쳐서 정말 미안해. 미안해. 우리의 시간은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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