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추모

by life barista

경찰차가 떠난 자리엔 노란 출입 금지 테이프와 검은 침묵만 남았다.

죽음의 아우라가 여전히 공간을 떠돌았지만,

다들 애써 모른 척했다.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은 노련하게 실눈만 뜨고 있다.


인사팀장이 판정을 내린다.


“이건 산재가 아닙니다.

죽은 김현식씨가 우울증 약을 오래 먹었더군요.

그 약 부작용이 자살 충동이란 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회사 차원에서 빨리 처리하겠습니다.

유족에겐 성의껏 위로금을 제시했습니다.

합의가 안 되면 회사로선 절차대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범인과 사건의 전말이 밝혀졌다. 우울증 약의 부작용이 만든 극단적 선택.

“반장님께서 제일 먼저 발견하셨죠?”


“......예.”


“정비실 문이 그렇게 쉽게 열려도 됩니까?

반장님 책임도 있어요.

관리 소홀, 안전 규정 미준수.”


정비 반장은 어금니를 꽉 물었다.

그 탓에 손은 더 떨렸다.

반장의 신발 바닥엔 김현식의 죽음이 여전히 남아 있다.

목을 맨 시신을 가장 먼저 본 사람.

그는 아직 자기에게 책임을 물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천장에 매달려 조용히 흔들렸던 김현식의 몸이 눈에 가득 차더니 물이 되어 떨어졌다.


“노동부에서 현장 조사 나오면 어떻게 하죠?”

인사팀장은 짝퉁 롤렉스 시계를 흘끗 본 후, 짜증스레 말한다.


“일단 CCTV부터 보고 판단하시죠.

내가 이런 거까지 일일이 다 말해야 하는 건 아니죠?”


“조사관들이 의심할 텐데요.”


“전화해 뒀어요.”


사건이 커지면 회사도 손해다.


“입이나 단속하세요. 특히 그 팀 애들.”


“가만히 있을까요?”


“가만히 있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단 거죠?

이번 일 커지면,

그 팀 모두 계약 연장 어렵습니다.”


명인성은 정비반장으로부터 회사 분위기를 전해 들었다.

친형처럼 자신을 아껴주었던 김현식의 자살이 살갗을 벗기는 고통이었다면,

회사와 동료들의 태도는 목을 조르는 고통이었다.


명인성이 전혀 몰랐던 것을 회사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먹고살기 힘든 사람은 죽은 사람을 빨리 잊는다.

삶이 빡빡할수록 더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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