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집

by life barista
“나와 몸 사이에 명확한 경계가 없단 생각이 들어요.”


오늘따라 명인성의 대답이 선명하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철상이 맞장구친 후 말을 잇는다.


“몸이 해석한 세계가 그 사람만의 세상이에요.

몸의 세계 해석이 쌓여서 기억이 되고,

경험이 되고,

습관이 되고,

결국 내가 되죠.


하지만 로봇 팔다리는 달라요.

인간의 몸처럼 고유한 해석을 하지 못해요.

그저 뇌에서 전자신호를 받고 되돌려 보내는 단순 작업만 할 뿐이죠.


인간의 몸을 로봇 신체로 바꾼다면,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나만의 세계를 완전히 새로 만들어야 해요.


이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뭘까요?

낡은 나를 철거해 나가는 거겠죠.

재개발사업처럼.

인성 씨는 이걸 본능적으로 알고 거부감으로 드러낸 거죠.”



명인성은 무방비 상태에서 공격당한 부모님의 빨간 벽돌집이 떠올랐다.

건물 철거에 쓰이는 그 놈의 영어 이름은 wrecking ball, 파괴의 공이었다.

그 강철 덩어리는 집과 사람 사이에 흐르던 시간을 단숨에 무너뜨렸다.

강제 철거로 집을 잃은 난민들은 공가로 숨어들었다.

명인성은 가느다랗게 어둠을 쪼개던 그들의 노란 눈을 본 적이 있다.

집을 잃은 불안은 죽음의 섬뜩함과 닮아 있었다.


그동안 로봇 팔다리를 거부했던 불안과 공포의 베일이 벗겨졌다.

명인성은 영혼의 집을 잃고 싶지 않았다.

영혼이라는 낯선 단어에서 명인성은 익숙한 따뜻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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