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송 TV 대선토론회는 수습은커녕,
찬반 양측의 패싸움으로 번졌다.
PD의 선택은 이번에도 광고였다.
이번 광고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서곡이 불길한 단조로 편곡되어 있다.
인간은 극복되어야 할 어떤 것이라는 니체의 문장이 흐리고 조용하게 화면 중심에 나타난다.
이어, 인간이 극복해야 할 전쟁, 불평등, 잔혹한 범죄들이 뉴스 속보 형식으로 잇달아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차분하고 따뜻한 여자 목소리가 들린다.
“이것이 인간의 현실입니다.
우리 사회는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말합니다.”
AI 사피엔스 사가 만든 나노 송과선 광고 일부가 나타난다.
나노 송과선에 신경망이 연결되고,
눈부신 빛이 퍼지는 장면이다.
“감정을 통제하고,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존재.
AI 사피엔스.”
나노 송과선 광고에 등장했던 바로 그 남자가 등장한다.
차분한 눈빛,
흔들림 없는 얼굴에서 그의 눈만 확대해 화면을 가득 채운다.
동굴처럼 텅 빈 눈이 시청자에게 공포를 준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나노 송과선이 뇌 속에서 깜빡인다.
화면이 점점 일그러진다.
AI Sapiens 사의 로고가 큐브처럼 조작되더니
AI Control로 변형된다.
텅 빈 눈을 가진 한 사람.
그 뒤로 같은 눈을 가진 사람들이 끝없이 길게 줄지어 있다.
이들의 눈은 열변을 토하는 박금배의 눈동자와 선명하게 대조된다.
정부 데이터 센터의 거대한 양자 컴퓨터가 카드 전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감정을 없애는 것이 초월일까요?
아니면…
복종입니까?”
시민들이 똑같은 표정으로 뉴스 화면을 바라본다.
화면에는 ‘나노 송과선, 전국민 도입 결정’이라는 말이 화면 하단에 강조되어 있다.
한 시민이 나노 송과선을 거부하자 군인들이 그를 연행한다.
뉴스 화면이 꺼진다.
거대한 옥외전광판 속에서 ‘나노 송과선, 필연적 선택’이란 메시지가 무수히 반복된다.
거리에는 침묵과 쓰레기가 바람에 날린다.
화면이 점점 밝아지면서 니체의 문장이 유리처럼 산산조각난다.
다른 문장이 그 자리를 당당하게 차지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STOP AI Sapiens,
STOP AI Control,
인간을 인간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