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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송 부장아,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 - 3

by life barista

김 부장님, 당신은 전쟁터에 혼자 남았습니다


김 부장은 승진했습니다. 축하 파티가 끝난 후, 그는 전쟁터에 혼자 남은 듯한 고립감과 자책감을 느낍니다. 회사엔 눈과 귀가 많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송 부장의 실수를 먼저 알고 있었다는 걸 수군거립니다. 이 외로운 승리자를 위해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의 이론을 바탕으로 철학상담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아들러의 진단: 열등감과 잘못된 우월성 추구


아들러 심리학으로 본 김 부장의 문제는 깊은 열등감입니다. 단순히 ‘야심이 세다’가 아니라, 깊이 자리 잡은 열등감과 그로부터 나온 생활양식(lifestyle) 모두 문제가 됩니다. 그가 경쟁자를 밀어 떨어뜨려야만 자신이 설 자리가 생긴다고 믿게 된 배경에는, 자신의 능력과 가치에 대한 만성적인 불신이 자리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들러는 “당신은 왜 세상을 늘 전쟁터로 보게 되었는가?”를 질문합니다. 가족 내에서 자신의 위치, 성장 과정, 초기 기억 등을 함께 살펴보며 열등감의 뿌리를 알아보는 것을 중요하게 봤습니다. 그에 따르면, 왜곡된 열등감은 종종 파괴적 우월성 추구로 이어집니다. 다른 사람을 떨어뜨려야만 내가 올라간다고 느끼는 삶의 스타일이 생기는 것이죠. 김 부장은 동료를 협력자가 아니라 적으로 규정했기에, 조직 전체가 그에게는 끝없는 경쟁과 불신의 전쟁터로 보입니다.


김 부장을 위한 아들러 심리상담


철학상담가: 부장님, 승진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표정이 별로 밝지 않으시네요.


김 부장: (머뭇머뭇) 사람들이 뒤에서 욕하는 것 같습니다. 송 부장 일도 있고 해서... 하지만 억울합니다. 제가 실수한 게 아니잖아요? 저는 제 살길을 찾았을 뿐인데, 왜 제가 나쁜 놈이 되어야 합니까?


철학상담가: 부장님, 지금 부장님 마음에는 사다리가 하나 놓여 있군요. 내가 올라가려면 송 부장을 밀어 떨어뜨려야만 하는 아주 좁은 사다리 말입니다.


① 1단계 [통찰]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로


철학상담가: 부장님은 송 부장과 자신을 위아래로 나누는 수직적 관계로만 보고 있습니다. 이 사다리 위에서는 모두가 적입니다. 하지만 아들러는 인간관계가 수직이 아닌 수평적 관계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김 부장: 직장에 위아래가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철학상담가: 직급의 차이는 역할의 차이일 뿐, 인간존엄성의 차이는 아닙니다. 앞서 본 게임 이론처럼, 동료들은 부장님이 배신 카드를 쓴 것을 기억합니다. 이제 아무도 부장님을 돕지 않을 겁니다. 사다리 꼭대기에 혼자 서 계시니 얼마나 불안합니까? 누군가 사다리를 흔들면 바로 추락할 테니까요.


김 부장: 그럼 경쟁하지 말라는 겁니까?


철학상담가: 경쟁 대신 협력을 선택할 수도 있었습니다. 만약 그때 실수를 알려주었다면, 송 부장은 부장님을 평생의 은인으로 여겼을 겁니다. 부장님은 경쟁에서 이기려고 하다가, ‘신뢰’라는 더 큰 자산을 잃으신 겁니다.


② 2단계 [용기] 과제 분리와 타자 공헌


김 부장: 이미 엎질러진 물입니다. 팀원들도 저를 냉혈한이라고 생각해요.


철학상담가: 아들러는 “인간은 타인에게 기여하고 있다고 느낄 때만 자신의 가치를 실감한다”고 했습니다. 부장님이 지금 공허한 이유는 승리했지만,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김 부장: 제가 뭘 할 수 있을까요?


철학상담가: 송 부장을 찾아가십시오. 그리고 솔직하게 사과하십시오. “그때 내가 알면서도 침묵했다. 미안하다.”라고요. 그리고 팀원들을 적이 아닌 ‘친구’로 대우하십시오.


김 부장: (당황하며) 그러면 제 권위가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저를 만만하게 보거나 비웃을 텐데요.


철학상담가: 여기서 아들러의 ‘과제의 분리’가 필요합니다. 사과를 하는 것은 부장님의 과제입니다. 그 사과를 받고 부장님을 용서할지, 아니면 비웃을지는 타인의 과제입니다. 타인의 반응이 두려워 자신이 해야 할 옳은 일을 피하지 마십시오.


김 부장: 타인의 과제라...


철학상담가: 네. 사람들은 나를 밟고 올라선 상사는 경멸하지만,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의 손을 내미는 상사는 존경합니다. “네가 살아야 내가 산다”는 공동체 감각, 그것만이 부장님을 이 지독한 고독에서 구해줄 유일한 길입니다.



상담을 마치며: 적을 친구로 만드는 것이 진정한 승리다


링컨 대통령은 “적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를 친구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 부장이 송 부장을 적으로 규정한 순간, 그의 삶은 지옥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를 동료로 받아들이는 순간, 삶은 연대와 위로가 됩니다.


당신의 옆자리에 있는 사람은 적이 아닙니다. 이 차가운 전쟁터에서 유일하게 당신과 온기를 나눠 가질 수 있는 전우(戰友)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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