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악하악
안전모가 흔들린다.
오토바이는 미친 듯 달린다.
명인성의 심장도 같이 미쳐간다.
마음은 고객에 이미 닿았지만,
현실 거리는 쉽게 줄지 않는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젠장,
또 데모질이야.
명인성의 말끝이 거의 비명처럼 갈라진다.
정면에 경찰이 보인다.
그들은 출입 통제선 뒤에 불안한 얼굴로 서 있다.
그 뒤엔 경찰버스가 벽을 쌓았다.
명인성은 급하게 브레이크를 잡고 핸들을 꺾는다.
헬멧에서 지연 알림이 울린다.
돌아갈 곳을 급하게 훑었지만,
모두 막혀있다.
결국 스마트폰 화면이 징징거린다.
(알림) 고객이 배달 취소를 요청했습니다.
(사유) 시간 지연
명인성의 입에서 단발마 같은 욕이 쏟아진다. 죽어라 일한 사람은 알 바 아니다.
AI는 알고리즘에 따라 차곡차곡 벌점을 메긴다.
보아라, 저 유기체의 나약함을!
배기각의 목소리가 뒤에서 시작하는가 싶더니 창공을 가른다.
배기각은 허벅지를 잘라 로봇 다리를 임플란트했다.
그가 기계 다리를 번쩍이며 차벽을 가볍게 넘었다.
경찰들은 오토바이의 신을 본 듯 경외감에 찬 표정으로 그를 본다.
낙오자 보았는가,
진보의 상징, 배기각을!
인간성?
뭔 똥고집이래?
배기각이 빈정거리자 명인성은 중지를 꼿꼿하게 세워 반격한다.
그 사이 전체 공지가 도착했다.
이번 달 실적 1위가 또 배기각이란다.
자부심엔 보통 힘이 실리기 마련이지만,
로봇 몸을 쓰지 않는다는 명인성의 자부심은 자꾸 무기력해진다.
풀죽은 명인성 앞으로 시위대에 밀린 경찰이 우르르 도망친다.
시위대는 기세등등하게 구호를 외친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