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상담소 파레시아(Parrhesia)’가 가난한 간판에 곤히 누워있다.
문을 열자, 작은 종이 제법 크게 울린다.
하철상이 목발을 짚고 힘겹게 나오는 것을 명인성은 말없이 바라본다.
목발에는 붕대가 두껍게 감겨 있다.
목발이 앞으로 움직일 때마다 바지가 살랑거린다.
“안녕하세요. 편한 곳에 앉으세요.”
“제가 이런 상담은 처음이라서요. 좀 어색하네요.”
“오시는 분마다 그렇게 말씀하세요.
상담 받는다고 하면 괜히 내가 이상한 사람 된 것 같기도 하고,
철학 상담이란 말이 워낙 낯설기도 하고요.
그래, 요즘은 어떻게 지내세요?”
‘요즘 나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
명인성이 잠깐 머뭇거리다, 입을 뗀다.
“저는 배달일을 해요.
실적이 자꾸 떨어지고 있어요.
요즘 회사에서 로봇 몸을 이식하란 압박이 심해졌어요.
다들 로봇 다리를 달고는 실적이 좋아졌거든요.
경쟁에서 이기려면 해야겠죠. 그런데......”
명인성은 작게 한숨을 내뱉는다.
“저는, 로봇 다리가 싫어요.
무섭기도 하고요.
뭐라고 이유를 딱 말할 순 없지만,
왠지 그러면 로봇 다리만 굵게 강조되고 나머지 몸은 점선처럼 사라지는 느낌이 들어요.”
“로봇 신체에 거부감이 크군요?”
“사실 부럽기도 해요.
친한 친구가 로봇 다리를 하고 이번에도 매출 1등을 했거든요.
그런데요,
로봇 다리를 한 나는,
그건,
그건,
더 이상 내가 아닌 것 같아요.
물건 같아요.”
“더 이상 내가 아닌 다
물건 같단 말씀이 와닿네요.
그럼,
내가 나로 남아 있다는 건 무엇으로 확인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