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의 결혼, 임신, 출산과 복귀

by 혜현

대학을 졸업한 뒤 25살.

뭔가에 홀려 석사과정에 입학하였다. 그리고 또 정신을 못 차리고 박사과정에 입학.




결혼, 임신과 출산


어렸을 때부터 일찍 결혼해서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싶었던 나는, 박사과정 2년 차에 만나던 남자 친구와 결혼을 하고 2개월 만에 임신하여 초고속으로 출산. 30살에 여전히 박사과정 대학원생이자 쑥쑨이(태명) 엄마가 되었다.


대학원생의 결혼과 임신, 출산은 많은 많은 불안정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공부하는 게 일이라고는 하나 고정적 수입이 매우 작고, 무엇보다 출산 후 복귀 여부가 불투명하다. 아직 젖도 못땐 아기를 두고 자기 발전을 위해 공부를 하러 가기란 쉽지 않다. 무엇보다 공부에 열의가 있던 나조차 꼬물꼬물 움직이며 배냇짓을 하는 아기를 보고 있으면 내가 있을 곳은 학교가 아니라 아기의 옆자리 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다.


하지만 지금 공부를 놓아버리면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생후 50일인 아기를 두고 출근했다.


복귀


고작 3개월 만에 다시 돌아왔지만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다. 출근 첫날 제일 먼저 컴퓨터 바탕화면을 주기율표에서 쑥쑨이의 50일 사진으로 바꿨다. 출산 전 쓰던 논문을 다시 작업해 보려 했지만, 아기가 눈앞에 아른거려 논문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부모님께 아기를 맞기고 출근을 했지만 아기가 잘 놀고 잘 먹는지 엄마를 찾지는 않은지 모든 것이 걱정되고 불안했다.


퇴근을 하고 집에 달려가서 저녁을 준비하고, 아이를 씻기면 아이는 벌써 잘 시간. 하루에 몇 시간이나 아이를 보는지.. 내가 엄마가 맞는지 죄책감이 들었다.


문득 꼬물꼬물 하던 아이가 뒤집고, 옹알이를 하고, 기어 다니는 모습을 볼 때, 아기는 정말 많이 컸는데 난 함께 해주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에 슬펐다.


오늘도 할머니, 할아버지 품에 안겨 손을 흔드는(흔들어지는?) 아기를 뒤로 한채 대문을 나섰다.


엄마 공부 열심히 하고 올게 쑥쑨아.


[2020년경 작성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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