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둘은 양립할 수 있는가?
쑥쑨이 35개월 복쑨이 16개월.
오늘도 두 공주는 쑥쑥 크고 있다.
첫째는 이제 막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고, 둘째는 아직 가정 보육 중이다. 대학원을 다니며 첫째, 둘째를 연달아 낳고, 아직도 학위를 할 수 있는 건 양가 부모님의 절대적인 도움 덕분이었다. 처음에 학위를 따는데 예상했던 5년의 시간이 흐르고, 교수와의 지속적인 마찰로 학위가 딜레이 되는 상황에서 무작정 아이를 맡겨놓고 골방에 들어가 연구만 할 수는 없었다.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두 아이의 엄마로 살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사가 될 것 인가.
아이들이 점점 커가고 엄마 껌딱지가 돼 갈수록 모든 걸 다 해내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는 애들 생각, 집에서는 학교생각. 매일 머리가 엉망진창이고 일도 육아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일단, 눈에 밟히는 아이들부터 돌보자는 생각에 적당한 곳에 취업하고 박사는 후일을 도모하기로 하였다.
취업을 하고 나니, 일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육아를 하기에는 훨씬 수월했다. 하지만 여전히 박사에 미련을 버리기 어려웠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여기만 손보면 될 것 같은데...'
아이들에게 더 신경 쓰기 위해 학교를 박차고 나왔는데, 여전히 내 신경은 온통 학위뿐이었다. 학위를 따야지만 마음이 편안할 것 같았다. 그래야만 내 지난 시간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미련이 미련을 낳고 오랬동안 지진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는 동안 육아+회사일+박사 논문+교수와의 트러블로 내 삶은 무너져 가고 있었다.
그렇게 동동거리다 보니 우울증이 찾아왔다. 회사에서는 멍 때리며 닥치는 일들 만을 해내기에도 버거웠고, 집에서는 그저 품속으로 파고드는 아이들의 등을 토닥토닥해 줄 뿐 아무것도 의욕적으로 할 수 없었다.
육아도, 연구도 척척해내는 워킹맘 박사님들을 보며 난 왜 저렇게 해낼 수 없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자괴감에 빠지는 날들이 늘어갔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이 나를 더 우울의 늪으로 빠지게 했고, 나의 부족한 능력을, 나의 부족한 대인관계 능력을 한탄하며 스스로를 책망했다.
결국 난 완전한 엄마도, 완전한 박사도 되지 못했다.
난 이제 작은 기업에서 일하며 아이들을 돌보는데 매진하고 있다. 불쑥불쑥 내가 끝내하지 못한 일에 대한 아쉬운 마음과 속상한 마음이 든다.
'그때 조금만 더 참아볼걸..'
하지만 무엇보다 아쉬운 건 학위를 하며 신경 쓰지 못하고 후다닥 지나가버린 쑥쑨이와 복쑨이의 어린 시절에 마음이 쓰라린다. 문득문득 핸드폰 속에 남겨진 아이들의 아기 시절을 보며, 이제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아이들의 찬란한 시절을 지금부터라도 눈으로 마음으로 내 속에 채워보려 한다.
[2023년경 작성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