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9개월 아기는 오늘도 바쁨)
50일에 아기를 떼어 놓고 출근을 결심했다. 엄마의 불안과는 달리 쑥쑨이는 태명처럼 쑥쑥 커주었다. 평일에 쑥쑨이를 볼 수 있는 시간은 아침 1시간 저녁 2시간뿐. 아기 때부터(?) 효녀였던 우리 쑥쑨이는 50일부터 밤에 통잠을 자기 시작했다.
쑥쑨이의 취침시간은 보통 저녁 8시부터 아침 8시까지 12시간. 9시에 출근하고 6시에 퇴근하는 엄마는 쑥쑨이의 커가는 모습을 따라가기도 힘이 들었다. 어느 날 퇴근하고 돌아오면 뒤집어 있고, 어느 날은 한 발자국씩 기어가고, 어느 날은 소파에 기대 서서 다리를 부들 떨며 엄마를 맞이했던 쑥쑨이. 요즘에는 퇴근해서 쑥쑨아~ 하고 부르면 혼자 앉아서 책을 보다가도 함박웃음을 지으며 와다다다 누구보다 빨리 기어 온다.
아 행복하다..
하루 종일 안 써지는 논문과 씨름하고 집에 오면 해야 할 산더미 같은 집안일과 육아에 가끔은 도망가고 싶을 때가 있다. 어느 퇴근길, 문득 기숙사에서 노트북으로 예능을 보며 매운 떡볶이를 시켜 맥주와 함께 먹던 때가 그리워 눈물이 핑 돌았던 날도 있었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와 강아지처럼 엄마를 맞이해 주는 아이를 보면 그 순간 참 행복하다.
요즈음 우리 쑥쑨이는 많은 걸 할 수 있게 되었다. 소파를 잡고 옆으로 걸을 수도 있고, 짝짜꿍과 곤지곤지를 할 수도 있다. 이유식을 거의 졸업했고, 엄마와 쌀밥을 사이좋게 나눠 먹는다(무려 어른 숟가락으로 3숟가락이나!!). 안전벨트 하는 게 싫으면 우는 대신 손을 탁 칠 줄도 알고, 엄마마마마마, 아뿌뿌뿌뿌, 햄햄햄 (아마 할머니를 부르는 듯하다) 세 단어를 하루 종일 종알종알한다.
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단어는 엄마도 아빠도 햄도 아닌 까까다. 우리 쑥쑨이를 기쁘게 해주고 싶다면 쌀과자 하나면 충분하다. 쑥쑨이의 사랑을 독차지할 수 있다.
우리 집에서 제일 바쁜 사람은 역시 쑥쑨이다. 하루 종일 서 있고 싶어 하고 뭔가를 잡고 있으려고 한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으려고 시도도 많이 한다. 도통 가만히 앉아 있거나 누워 있지를 않으니 주말에 하루 종일 아이를 보고 있자면 정말 힘이 든다.
예전에는 도대체 아기에게 팬티형 기저귀가 왜 필요한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밴드형 기저귀가 눕혀서 아기 기저귀 갈기가 편하지 않나?' 아기가 뒤집기를 하는 순간부터 그 의구심은 해결된다. 아기는 뒤집기를 하고 자기 몸을 가눌 수 있는 순간부터 한 순간도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기저귀를 갈고 싶으면 어딘가 서있는 아이를 찾아내어 선채로 기저귀를 쑥 벗긴 뒤, 다시 쑥 입히는 수밖에 없다(팬티형 기저귀 만세!!). 언젠가 사춘기가 된 쑥쑨이가 자기 방에 처박혀 누워만 있는 시절이 온다면 지금 이 순간이 생각날 것 같다.
아기 때는 그렇게 서 있기만 하더니 이제는 누워만 있는구나
어제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쑥쑨이에게 선물한 아기 욕조로 처음 목욕을 하였다(아기 욕조는 무려 5만 원에 육박한다..). 샤워 헤드를 걸 수도 있고 욕조 안에 아기가 앉을 수도 있어서 놀면서 목욕하기에 안성맞춤이라 예전부터 사고 싶었는데 비싼 가격에 망설이고 있다가 산타 할머니의 도움으로 아기 욕조를 샀다. 쑥쑨이가 물놀이를 하며 행복한 목욕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고 기대하며 기저귀를 벗겨 따뜻한 물을 받은 욕조 속으로 아이를 쑥 집어넣었다. 그리고 기저귀를 정리하는 순간, 쑥쑨이가 고개를 숙여 욕조에 있는 물을 먹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켁켁. 그다음은 으아앙..ㅎ
그렇게 5만 원짜리 욕조는 한번 쓰고 외면을 받았다..
하루에 3시간밖에 육아를 하지 않지만, 3시간이 13시간이 되는 마법. 우리 집에서는 매일 마법이 일어나고 있다. 그래도 사랑해 쑥쑨아. 우리 쑥쑨이가 엄마의 전부야♥
[2020년경 작성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