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를 하다보면 언제나 힘든일이 있기 마련이지만, 가끔, 아주 가끔 대폭발 하는 날이 있다.
어제가 그런 날이었다.
일요일, 아침 7시 30분에 일어나 가족들에게 간단한 아침을 차려주고 9시에 PT 수업을 다녀왔다.
평일엔 직장에, 애들 뒤치닥거리에 도저히 시간이 안나서 일요일 오전이 유일하게 운동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오랜만의 움직임에 기분이 상쾌하다.
마지막 봄을 즐기려 외곽의 유명한 대형 카페에서 브런치 카페로 향했다.
아이들이 먹을 피자, 어른들이 먹을 볶음밥, 음료 세잔을 시켰다.
아이들은 고르곤졸라 피자를 시켜달라고 했는데, 카페 사장님이 아이들에게 마늘이 매울 수 있다며 토마토 피자를 권하셨다. 그래서 토마토 피자를 시켰더니, 첫번째 징징이 시작됐다.
'난 고르곤졸라 피자가 먹고 싶었는데......''난 고르곤졸라 피자가 먹고 싶었는데......''난 고르곤졸라 피자가 먹고 싶었는데......''난 고르곤졸라 피자가 먹고 싶었는데......''난 고르곤졸라 피자가 먹고 싶었는데......''엄마는 내 말은 안 듣고....''엄마는 내 말은 안 듣고....''엄마는 내 말은 안 듣고....''난 고르곤졸라 피자가 좋은데...'
똑같은 불평을 10번쯤 들으니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여기 고르곤졸라 피자는 매워서 못 시켜준거야. 하고 설명해도 자기가 지금까지 먹었던 고르곤졸라 피자는 달콤했다며 엄마를 거짓말쟁이로 치부했다. 먹는둥 마는둥 점심 식사를 하고 산책을 가려 하니, 둘째 아이의 구두가 자꾸 풀러지는게 아닌가. 그래서 구두를 먼저 사러 아울렛에 들렸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신발집에 가서야 폴짝 폴짝 뛸때마다 불빛이 나는 분홍색 빤짝이 구두를 발견하고는 신고왔던 구두를 냅다 던져 버리고 새 신을 신고 온 가게를 폴짝 폴짝 뛰어 다녔다. 두 아이의 반짝이 신발 비용으로 10만원 지출. 가게를 나가려는데 바로 앞에 작은 물고기 수조가 아이들 눈길을 잡았다. 그리고 아쿠아리움에 가겠다고 두번째 징징이 시작됐다. 오늘은 이미 신발을 샀기 때문에 많은 지출을 해서 또 아쿠아리움에 갈 수 없다고 하니 신발을 벗어 던지고 다시 아줌마에게 가져다 주란다. 그리고 아쿠아리움에 가겠다고 징징
'난 아쿠아리움에 가고 싶은데....''난 아쿠아리움에 가고 싶은데....''난 아쿠아리움에 가고 싶은데....''물고기 먹이 주기 체험 하고 싶은데....' '물고기 먹이 주기 체험 하고 싶은데....''물고기 먹이 주기 체험 하고 싶은데....''신발 필요 없는데....''신발 필요 없는데....''신발 필요 없는데....' 한참을 징얼징얼 하더니 엉엉 울기 시작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우니 시선이 집중되고 불편했다. 어쩔 수 없이 빠르게 밖으로 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돌아와서는 또 혼자 씼겠다고 징징, 밥 먹기 싫다고 징징
그리고 드디어 폭발해버렸다.
"마의라ㅓㅁ;ㅣ쟈더ㅗ리;마ㅓㄷ;ㅣㅏㅓㄹㅈ다ㅣㅓㄹ , 먹기 싫으면 먹지마!!!, 방에 들어가!!!!"
너무 화가 나 설거지를 하다 말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냥 즐거운 주말을 보내고 싶었을 뿐인데, 돈만 많이 쓰고 하루를 완전히 망쳐버렸다.
집에 돌아오니 아이들이 곁에 다가와
"엄마 잘못했어, 다시는 안그럴게, 오늘 많이 울어서 미안해. 이제 떼 안쓸게. 엄마 미안해" 하고 품으로 파고든다.
'내가 잘못했구나.'
아이들에게 화를 내면 하나도 속이 후련하지 않다. 큰 소리 뒤에 항상 죄책감이 같이 온다. 들어가서 따끔하게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하며 혼내야지 하며 들어갔지만, 아이들의 사과에 내 속좁은 마음이 부끄러워 진다.
생각해 보니 오늘 하루는 온통 내가 정한 하루였다. 좋은 풍경보면서 맛있는 브런치를 먹으면 애들이 좋아하겠지? 새 신발을 사주면 애들이 좋아하겠지? 그냥 다 내 생각이었다.
어쩌면 아이들은 그냥 매일 가던 동네 공원에서 매일 타는 킥보드를 타고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사먹는게 더 원하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대폭발은 오늘도 이렇게 잔뜩 후회만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