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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숙과 떡국으로 새 출발!

음식으로 육아 힐링하기

by 천지현

“장마담집으로 오세요”


2024년 마지막 주, 교회 아동부 부서 회식을 했다. 닭백숙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남편과 새봄이도 오라고 했으나, 남편이 쑥스럽다며 나 혼자 가라고 했다. 결국 나만 닭백숙을 맛있게 먹었다. 먹는 동안 ‘새봄이랑 남편도 같이 먹었으면 좋았을 텐데..' 생각이 절로 났다. 집에 오자마자 남편에게 한 마디 했다. 평소 백숙을 좋아하는 남편이기에 2024년 마지막 날에 아웃백 말고 백숙을 먹기로 결정했다. 2024년 12월 31일 화요일 낮 12시에 예약을 하고 갔다. 내 핸드폰 뒷번호 테이블이 보였다. 유아용 포크와 수저도 준비되어 있었다.



상에는 닭백숙이 떡하니 놓여 있었다. 한방 재료와 부추가 올려지고 모락모락 하얀색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옆에는 양념이 맛있게 버무려진 도토리묵이 놓여 있었다. 나물 반찬과 고구마 맛탕, 샐러드, 깍두기까지 정갈하게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남편은 연신 감탄을 하며 먹었고, 난 백숙보다는 죽을 기다리고 있었다. 새봄이도 고구마 맛탕을 잘 먹고 소금에 찍어서 닭고기도 잘 먹었다. 한창 먹고 있을 때, 죽이 나왔다. 나는 환호했고 죽을 더 많이 먹었다. 우리는 사이다를 하나 시켜서 종이컵에 따르고 새봄이는 물컵을 들고 우리 셋은 건배를 했다. ‘2024년 수고했고, 2025년도 잘 지내보자”라고 말하며 죽까지 싹싹 비워 먹었다. 일 년 동안 육아로 울고 힘들었던 순간 또한 싹싹 비워진 것 같았다. 우리는 든든히 배를 채우고 키즈카페로 향했다. 추워서 놀이터에 가질 못하니 새봄이를 키즈카페에서 실컷 놀게 하려는 계획이었다. 새봄이는 좋다며 폴짝폴짝 뛰었다.



이후, 아울렛에서 장까지 보고 집에 와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과자 한 봉지와 샴페인을 마시며 (새봄이는 토마토 주스) 우리 세 식구는 2024년 마지막 밤을 마무리했다.




2025년 1월 1일, 온라인 송구영신예배를 드리고 늦게 일어났다. 핸드폰 메인 화면은 ‘2025년 1월 1일 수요일’라고 적혀 있었다. ‘이제 2025년이구나. 올해는 좀 더 진취적인 한 해가 되길 노력해 보자’라고 혼잣말을 했다.




우리는 늦은 아침을 먹고 점심에는 떡국을 만들어 먹었다. “새봄아, 이제 여섯 살이야. 여섯 살 된 거 축하해”라고 말하자, 새봄이는 “진짜? 나 여섯 살 된 거야? 엄마, 나 키도 그럼 컸겠지? 우와 너무 좋다” 떡국을 먹으며 새봄이는 두 손을 들고 환호했다. 아직 나이 개념을 잘 모를 때지만, 언니가 된 것 같아 기뻐하는 눈치였다. 우리 부부도 자연스레 나이 이야기가 나왔다. “그럼, 우리 몇 살 된 거야?? 43? 44?” 남편은 “만 나이 적용해야 하니 43이야.” “아니야. 자기 45야.” 이제 40대 중반이 된 나이였다. 그동안 내 삶의 흔적을 생각하니, 기쁨과 좋았던 순간보다는 후회와 아쉬움이 내 마음을 후볐다.

간관계용불안에 시달리는 직장 생활이 어려웠다.


은유 작가가 쓴 <다가오는 말> 책에서 말한다. “우리는 또 대부분 그렇게 산다. 주변을 봐도 고시 합격생보다는 준비생이 많다. 고액 연봉에 승승장구하는 직장인보다 는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다수다. 연인 관계도 팽팽한 사랑 감정을 느낄 때보다 지리 멸렬하고 느슨해서 친구인지 가족인지 헷갈리는 시기가 길다. 그러니 어정쩡한 상태를 삶의 실패나 무능으로 여기지 말자고 했다.” (19쪽)


그렇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 삶이 나와 비슷하며 이런 삶을 실패나 무능으로 여기지 말자는 작가의 글이 내 마음을 위로했다. 가족과 떡국을 먹으면서 ‘과거를 잊자. 이제 2025년은 새 출발 하자.’라는 마음을 가지고 떡국도 싹싹 비웠다. 남편의 제안으로 뒷산을 올랐다. 연말 마지막 날에는 백숙으로, 새해 첫날에는 떡국으로 육아와 나의 과거를 비운 것 같다. 이제 2025년이 벌써 4일째다. 40대 중반인데도, 나에게 꿈이 있다는 게 참 감사하다. 다이어리에 버킷 리스트란이 있길래, 열심히 적었다. 매일 보며 노력해 보자.


1. 우리 세 식구 화목하게 지내기

2. 글쓰기로 밥벌이 할 수 있기

3. 85세까지 남편이랑 건강하게 지내기

4. 소설가로 데뷔하기

5. 새봄이 성인 될 때까지 잘 키우기




*여러분도 버킷 리스트 다섯 가지만 작성해 보세요.

1.

2.

3.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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