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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Jul 02. 2022

내 아이의 시간에 맞추어

아이가 중국어 과목을 시험공부하고 있어서 나에게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중국어를 할 줄 몰라서 아이의 중국어 기말고사 시험공부를 도와줄 수 없다.


© Tirachard Kumtanomphotography, 출처 pexels

아이는 7살부터 13살까지 중국어를 원어민 선생님에게 배웠다. 중국어 원어민 선생님은 중국어와 영어에 능통하였고 한국어는 서툴러서 한국어로 중국어를 강의하는 것이 불가능하였다.


아이가 7살 때 영어 실력은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나라의 아이들 기준으로 10세~11세 정도 되는 영어를 구사한다는 영어 능력 테스트 결과를 받았었다. 영어를 잘하는 아이와 영어와 중국어를 능통하게 구사하는 선생님의 만남은 자연스럽게 중국어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게 만들었다.



중국어 원어민 선생님과 아이는 3년 정도는 중국어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다가 그 이후부터는 수업 시간에 중국어 비중을 점점 더 높여나갔다. 그렇게 아이는 중국어에도 익숙해지게 되었다.



아이는 태어난 지 6개월 때부터 영어와 한국어에 이중 노출되어서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한다. 영어로 된 과학원서를 읽고 그 내용을 영어로 토론하고 에세이를 말끔하게 써내는 아이가 나는 부러울 때도 있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과학과 수학에 좀 더 비중이 치중되어 있다. 그곳에서 영어와 중국어를 잘하는 아이는 다른 과목 공부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이가 어릴 때부터 힘들지 않게 자연스럽게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에 노출이 되도록 하고 지속적으로 아이의 연령에 맞게 그 언어로 된 책을 읽도록 도와준 것이 아마도 아이의 영어와 중국어 능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을 주게 된듯하다.



아이는 영어로 된 책을 정말 많이 읽었다. 물론 한글과 중국어로 된 책도 읽었지만 영어로 된 책을 읽는 것을 아이가 더 편안해하였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도 한글보다 영어가 더 쉬웠던 아이는 대부분의 시간을 영어로 된 책을 읽으려고 해서 내 마음을 애태웠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는 한글을 읽을 수는 있지만  한글로 쓰는 것을 어려워했다.



초등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으로부터 걱정 어린 이야기를 듣고 난 후에 나는 아이와 한글 공부에 주력하였다. 다행히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될 무렵부터는 국어와 영어가 어느 정도 균형이 맞아갔지만 지금 고등학생인 아이는 나에게 아직까지도 영어로 쓰인 책을 읽는 것이 더 편안하다고 말을 해서 내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다.



우리나라에서 공부를 하려면 국어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나는 간과하고 아이가 어린 시절부터 영어에 편안하도록 하는 것에 마음을 쓴 것이 어쩌면 아이가 초등학교 시절 2~3년 정도 국어를 익히느라 힘들도록 만들어 준 것이 아닌가라는 자책을 하곤 한다.



결과론적으로 볼 때 아이는 이과를 선택하였지만 다행히도 영어를 능통하게 하고 중국어 실력도 있어서 고등학교 과정에서 공부를 할 때 좀 더 본인이 선택한 수학과 과학을 공부할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아이가 중학교 2학년이 될 때 코로나19가 발생하였고 나는 아이가 다니는 학원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줄곧 나오는 것이 염려가 되어 학원을 그만두게 하였다. 그 후로 중학교 내내 학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가 걱정되었다. 나의 근심을 아는 신랑이 아이에게 수능 영어 3~4년도를 프린트해서 풀어보게 하였는데 아이가 수능 영어를 다 맞거나 틀려도 1개 이상 틀리지 않는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다. 신랑이 나에게 수능 영어에서 1등급이 나오는 실력이 아이가 되니까 코로나로 인해 영어학원을 보내지 못하는 것을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아이는 중학교 2년 때부터 영어학원을 비롯해 모든 학원을 다니지 않고 집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공부를 하였다. 지금 고등학생인 아이는 평일에는 학교 기숙사에 머무르고 금요일 저녁에 집으로 와서 여전히 엄마, 아빠와 함께 주말 공부를 한다.



나는 엄마표 공부 또는 사교육 예찬론자는 아니다. 아이가 6개월 되는 무렵부터 6살이 될 때까지 영어에 노출된 것도 사교육이 아닌 집에서 엄마표로 영어를 진행한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영어로 된 책을 읽고 토론하고 에세이를 작성해서 검수받는 과정은 원어민이 아닌 내가 아이를 도와주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라서 아이가 영어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나는 내가 공부해서 아이를 도와줄 수 있는 그 범위 안에서는 최선을 다해서 공부하고 아이를 도와주지만 내가 할 수 없는 영역에서는 사교육의 힘을 빌렸다. 그것이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내 아이에게 잘 맞는 방법이었다. 다만 나는 아이에게 한글과 영어 그리고 중국어로 된 책을 많이 읽도록 끊임없이 도와주었다. 어떤 언어로든 책을 읽으면서 공부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였고 아이가 책과 친해지도록 나는 노력하였다. 나는 원래부터 텔레비전 시청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가 책과 더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나에게는 힘든 일이 안되었는지도 모르겠다.


© Alexander Dummerphotography, 출처 pexels

엄마, 아빠가 책을 좋아하고 집에서 늘 책을 읽으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책 읽는 것을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아이가 잠을 자기 전에 책을 읽어주면 아이는 책과 더 친해질 수 있다고 한다. 나와 신랑은 거의 매일 밤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책을 읽어주었다. 아이는 그 기억이 자신에게 따뜻하게 남아있다고 이야기를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어떠한 방법이 좋은지 아닌지는 정해져 있는 것 같지 않다. 다른 아이에게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내 아이에게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알게 되었다.


세상의 시간이 아닌


내 아이의 시간에 맞추어


함께 걸어가 주는 것이


아이와 부모 모두 행복해지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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