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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의 별 Jun 29. 2022

아이와 친구가 되는 시간

© Alex Ugolkovphotography, 출처 pexels

나 혼자 있는 시간이어서 그런지 집안에 적막감으로 가득 차 있다. 내가 워드를 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창밖에 비 내리는 소리가 거실 안으로 들어온다. 나는 커피 한 잔을 가져와서 거실 중앙에 놓인 식탁 앞에 앉아서 주말이면 집으로 오게 될 아이와 함께 공부할 과목들을 하나씩 번갈아 가면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아이는 주말이면 학교 기숙사에서 집으로 온다, 그리고 아빠와는 수학과 물리를 나와는 그 이외의 과목들을 함께 공부를 하면서 주말 시간을 보낸다.



지금 고등학교 1학년인 아이가 중학교 2학년이 될 때 코로나19가 발생했고 그때부터 아이는 다니던 학원을 그만두고 아빠, 엄마와 공부하게 되었다. 코로나 시대에 나는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었다. 그래서인지 아이가 처음 기숙사에 입소하고 나 혼자 집에 있게 됐을 때 정말 어색하고 허전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외동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아이의 부재가 더 컸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는 학교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시간표를 만들어서 수업을 듣고 있다. 아무래도 평일에는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아이는 본인 스스로 해야 하는 일들이 많고 혼자서 결정해야 하는 작은 일들도 많다. 아이는 아이의 사회에서 성장을 하고 있고 나는 그런 아이를 나에게서 조금씩 떠나보내고 있는 연습을 하고 있다. 내가 모르는 아이의 시간이 점점 많아지면서 가끔 아이에게 서운할 때도 생겨나고 아이는 일부러 말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거라면서 나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라고 말을 한다.



코로나 시대에 집에서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나는 아이의 친구들과 대부분의 시간에 대해서 아이와 많이 공유를 하였는데 지금은 주말에만 집에 오는 아이에게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가는 일이 많아졌다. 그리고 스스로 알아서 하는 일이 많아진 아이는 나의 도움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게 되는 것도 나에게는 자유로움을 주지만 반면에 약간의 서운함도 남기는 것 같다.


아이와 함께 차 마시는 행복한 시간

아이가 어릴 때부터 나는 아이와 함께 차 마시는 시간을 종종 가졌다. 차를 함께 마시면서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시간이 나와 아이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한참 아이가 사춘기 시간을 지나고 있을 때는 "우리 차 마실까?"라고 물으면서 나는 아이와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였다.



아직 아이는 사춘기 시간에 머무르고 있지만 여전히 나와 아이는 차 마시는 시간을 좋아한다. 아이는 그날의 분위기에 맞는 찻잔을 고르고 차를 고르면서 잠시 공부의 고단함을 잊고 휴식을 갖는다. 내가 찻물을 끓이면서 아이에게 찻잔과 차를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을 모조리 주는 이유이다. 아이는 여행지 카페에서 마셨던 차를 떠올리면서 조잘거리며 이야기를 한다. 나와 아이는 여행지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기분 좋은 시간을 가진다.



아이와 함께 하는 주말에 차를 마시면서 나는 아이가 평일에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 알아가고 있다.



아이가 어릴 때처럼


내가 아이 시간의 전부를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나와 아이는 차를 마시면서


서로의 마음의 안부를 물어보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렇게 나는 열일곱 살이 된 아이를 새롭게 알아가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되는


행복한 시간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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