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저녁을 먹으며 직원들 성향에 대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눴다.
일터에는 크게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단다.
"오늘은 무슨 일을 할 거냐"고 묻는 사람과
"오늘은 이것, 이거 하라"고 말해줘야 하는 사람.
전자는 모든 일을 알아서 하는 사람이고, 후자는 일일이 지시해줘야 하는 사람이란다.
"어? 나도 요즘 똑같은 고민 중인데, 다들 느끼는 게 똑같구나" 싶었다.
20년 넘게 회사 생활을 하면서 정말 딱 이 두 부류의 사람을 만났다. 우리 회사에도 이런 직원들이 있다. 어떤 직원은 담당 업무를 일일이 다시 체크해야 하고, 눈치 보며 일하다가 급하게 처리해서 문제를 만든다. 반면 어떤 직원은 오히려 좀 쉬라고 할 정도로 자기 일을 철저히 한다. 자기 관리는 물론 맡은 업무 이상까지 알아서 해내는 사람들.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도 든다.
요즘 회사에서는 사생활 얘기도 안 한다고 한다. 물어보면 짜증난다는데, 이런 삭막한 환경 때문인지 개인적 성향이 강해졌다.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세상 돌아가는 대로 맞추려 하지만 솔직히 답답하다. 라떼는 말이야 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말하고 싶은데 참고 있다.
이런 상황은 리더에게 큰 스트레스다. 어디 가서 직원 흉볼 수도 없다. 내 직원 흉보는 건 결국 내 얼굴에 침 뱉는 격 아닌가. 뾰족했던 젊은 시절엔 직원과 안 맞으면 "너하고 못하겠다"며 퇴사까지 시켰다. 그땐 성과가 우선이었고, 모든 일이 성공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었다.
내가 아이디어 중심으로 일하는 스타일인데, 모든 직원이 이런 방식에 맞춰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며 생각이 바뀌었다. 이제는 내 기준에 직원들을 맞추려 하지 않는다. 일일이 말해줘야 하고 기한을 정해줘야 하는 사람이면 그렇게 하면 된다.
알아서 해주길 바라는 건 내 욕심이었다. 내 자식도 그렇게 못하는데, 말 안 해도 알아서 해주길 바라는 건 무리한 기대였다. 마음이 안 맞는다고 벽을 세우기보다는 이제 사람 하나하나에게 맞춰가고 있다.
사실 사람의 안 좋은 모습만 보면 계속 그것만 보인다. 그래서 긍정적이고 장점을 보려고 노력한다.
궁합도 만들어야 한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직원들 간에도, 리더와 직원 간에도 궁합이 있다. 참다 참다가 이 사람에게는 이렇게 해야겠다는 나만의 방식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
나는 두 가지 목표가 있다. 광고주가 찾아오는 회사를 만드는 것과 직원이 일하고 싶은 회사가 되는 것. 둘 다 진행 중이지만, 직원들과의 궁합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직원이 일하고 싶은 회사가 되려면 리더로서 좋은 대표가 되어야 하고, 사무실 환경도 좋아야 한다. 서번트 리더십, 즉 직원들을 섬기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와 닿는다.
결국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그에 맞춰 소통하고 관리하는 방식을 만들어가는 것이 성숙한 리더의 자세가 아닐까. 요즘 들어 이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그만큼 직원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다. 얼굴 붉히지 않고 일에 지장 없게 사람을 조율하는 일도 클라이언트 상대하는 것만큼 신경 쓰이는 일이다.
나이를 먹었다고 모든 걸 다 아는 것은 아니다.
이것도 회사를 운영하면서 늘 고민하고 개선하려는 것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