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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지 않으면서도, 기대한다

by 문현주

브랜드를 만들고 키우는 일을 하면서, 오늘도 광고주의 연락을 기다린다. 밤을 새워 만든 제안서를 내밀고, 기대와 실망 사이를 오간다.


나는 운을 믿지 않는다. 모든 것은 내가 직접 해야만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내가 한 발자국 나아가야 그만큼 운도 다가왔다. 저절로 되는 건 없었다. 미팅 후 들뜬 마음으로 기다리다 연락이 오지 않으면 실망한다. 그리고 또 다른 일을 찾아 도전한다. 이것이 내 일상이다.


자기계발서는 성공할 때까지 계속하라 말한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나는 자기계발서를 읽지 않는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걸 이제 안다. 책 속의 성공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지만, 현실의 브랜딩은 지루하고 혼란스럽고 때로는 방향을 잃은 것 같다.


그래도 계속한다. 멈추면 이도 저도 아닌 게 된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간다. 한다. 나중에 뒤돌아보면 그게 내 길이 되어 있을 것이다.


세상에 쓸데없는 일은 없다. 지금의 헛수고 같은 일들이 분명히 어딘가로 연결될 거라 믿는다.

아주 나중에 "아, 그때 이거였구나" 하고 깨닫게 되리라.


브랜딩은 정말 힘들다. 밤새워 만든 기획서, 수십 번 고쳐 쓴 제안서. 이 모든 것이 때로는 허공에 던진 메아리 같다. 돌아오는 건 침묵뿐일 때가 많다. 하지만 이 반복 속에서 조금씩 단단해진다. 거절에 익숙해지고, 실망을 빨리 털어내는 법을 배우고, 다시 일어서는 속도가 빨라진다.


역설적이게도 기대하지 않으려 애쓰면서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한다. 이 모순된 생각 속에서 오늘도 쓰고 생각하며 땅굴을 판다. 때로는 지름길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막다른 골목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서 있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으니 파야 한다.


매번 시험을 보는 것 같다. 100점을 받을지 낙제점을 받을지 모르지만, 시험지를 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두려움 때문에 백지를 내는 것보다, 최선을 다한 답안지를 내는 게 낫다.


누군가는 묻는다. 왜 그렇게 어려운 길을 가냐고.

나도 정확한 답은 모르겠다. 어쩌면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일지도. 어쩌면 멈추는 것이 더 두렵기 때문일지도.


분명한 건 오늘도 쓰고, 생각하고, 제안하고, 기다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일도 그럴 것이다. 운을 믿지 않지만, 내 노력이 언젠가는 빛을 발할 거라는 희망만큼은 놓지 않는다.


이것이 브랜더의 삶이다. 화려해 보이지만 실은 인내와 끈기의 연속이고,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고, 확신보다 불안이 더 큰 삶. 하지만 그 속의 작은 성취들이 모여 언젠가는 큰 브랜드가 되리라 믿으며 오늘도 제안서를 쓴다.


그리고

기대하지 않으려 하면서도, 기대한다.

기대하지 않으면서도, 기대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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