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작은 마을 승강장에서 비구니 한 분이 버스에 탑승하였다.
"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십니까? 스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기사님도 건강하시네요!"
일 년 만에 다시 뵙는 스님이다.
"네! 저는 항상 건강해서 벽에 뭔가를 칠할 때까지 살 겁니다."
"호호호..."
"요즘 기사님들이 많이 바뀌셨나 봐요?"
"네! 많이 교체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기사님들 중에 타인을 배려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아마도 나를 추켜주시려고 꺼내신 말씀 같았다.
"그렇습니까? 아마! 제가 정확히는 모르지만 나름 사정이 있었을 겁니다. 그것이 스님의 눈에 타인에 대한 배려가 적다고 느끼셨을 수도... 개인적으로 만나 뵈면 다 좋은 분들이고 다정다감하십니다. 허. 허.(겸염쩍은 내 웃음)"
나도 한통속이라고 느낄까 봐 부연 설명을 했다.
"제가 꼭 같이 근무하는 직원이라서 동료기사 역성을 들거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그중에 성격이 까칠한 기사도 몇 분 계십니다. 그래도 지금의 검사들처럼 자기식 구만 감싸는 짓은 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기사와 스님의 대화는 논리의 비약이 이루어진다.
"기사님! 그래도 1번은 아니에요"
"그럼! 스님은 2번을 선택하셨나 보네요? 1번은 아니라서 무조건 2번을 선택하신 겁니까?"
"...."
"저는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가장 큰 가르침은 '약자를 도우라!'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붓다의 가르침도 자비(慈悲, Mercy)를 최고로 치지 않습니까? 그런데 2번의 공약 중 약자를 배려하는 공약이 있다면 말씀해 보십시오! 그리고 지금 당선자의 행동들이 자비와 관계가 많다고 생각하십니까?"
시골 버스기사는 대선 이후 열 받은 가슴과 머리를 불쌍한 스님에게 풀고 있었다.
"그래도 1번이 당선됐으면, 대한민국은 사회주의 국가가 되었을 거예요! 옛날의 공산주의는 요즘은 사회주의라고 하잖아요!"
"그래요? 스님! 그러면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는 이꼬르네요?"
"네!"
이대목에서 버스기사는 고깃덩어리를 물은 한 마리의 늑대처럼 눈의 쌍심지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논리적인 반박을 위한 공산주의의 정의나 의미 따위는 개울물을 건너뛴 지 오래다.
그리고 사회주의에 대하여 집요한 질문으로 스님을 물고 늘어졌다.
"그러면 스님은 사회주의를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러니까...."
"스님! 잘 모르시네! 그런데 왜 1번이 당선되면 사회주의 국가가 된다고 생각하셨습니까? 1번 공약 중에 사회주의에 대한 공약이 있던가요? 왜 말씀을 못하시는 겁니까? 이 양반 아무 생각 없이 2번 찍으신 거네! "
오롯이 저 불쌍한 스님을 비이성적이고 몰지각한 종교인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시골 버스기사의 목표처럼 되어 버렸다. 한 번 터진 봇물은 닫히지 않고 계속 폭포수처럼 흘러내렸다.
"대한민국 성인의 50%가 일 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는다고 합니다. 혹시 스님도 그 대열에 합류하신 겁니까? 그러니 가짜 뉴스에 정신이 팔려 이상한 소리나 하시지..."
그날 아침 버스에는 등교하는 학생이 몇 명 있었으나 기사 눈에는 보이질 않았다. 어린 학생들 앞에서 모욕을 받은 그 불쌍한 스님은 다시는 내가 운전하는 버스는 타시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래! 이왕 시작한 거 2번 찍은 목사도 한 명 걸려라! 그런데 괴산군 목사는 버스 안 타고 승용차만 타고 다니던데... 우라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