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518

by 한지원

알량한 기념식은 집어치워라!


가식(假飾)으로 읊어대는 진혼곡(鎭魂曲)에

진정으로 달래질

광주의 영령이 있단 말인가!


너희들은 광주를 학살했다.

민주화 항쟁이란 말은

쓰지 말라!

광주의 투쟁은 생존의 몸부림이었다.


너희들은 살인자다.

국민이 사준 총칼로

우리의 형과 누이를 죽였다.


너희가 휘두른 칼날에

가슴이 베이고,

너희들이 내리친 곤봉에

두부(頭部)는 두부(豆腐)처럼 뭉개져 버렸다.


네가 내려친 개머리판은

가녀린 턱을 바스러뜨리고,

손목을 결박한 철사줄은

영혼을 파고들며,

영원히 아물지 못할 광주의 상처로 남았다.


너희들이 진정한 사죄를 원한다면,

악취 풍기는 몸을 숨기고

아직도 모진 숨을 쉬고 있는

그날의 살인자들을 찾아서 단죄(斷罪)하라!


시뻘겋게 녹슨 망나니의 칼을

구석진 골방에서 꺼내어,

광화문 처마에 그 자들을 효수(梟首)하고

사지(四肢)는 시구문(屍口門)밖에 버려라!


살아남은 자들이여!

광주의 육신은 차디찬 땅 밑에 누워있고

갈가리 찢긴 영혼은 구천(九泉)을 떠도는데...

누가 누구를 용서하며,

누구와 화합을 한단 말인가!


그 알량한 기념식은 집어치워라!

keyword
이전 13화비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