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반복구호는 하지 않습니다!"
군대를 필한 대한민국 남자는 다 아는 멘트이며, 다시는 듣고 싶지 않은 문장이다.
군 면제자(여성 포함)를 위하여 보충설명을 하자면, 군대 훈련 중에 놀이공원 정글 짐 같은 코스를 타는 훈련이 있는데 이걸 '유격훈련'이라 한다.
코스를 타는 시간이 5분이면, 이 코스를 타기 위하여 몸풀기 체조, 소위 PT(Physical Training) 체조를 50분을 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이때 훈련 조교가 이 체조를 시키면서 훈련병들에게 하는 말이다.
훈련병들은 조교의 호각소리에 맞추어 반복구호를 붙이면서 체조를 하는데...
4회 실시의 예를 들면,
"삑, 삑, 삑"
"하나!"
"삑, 삑, 삑"
"둘!"
"삑, 삑, 삑"
"셋!"
"삑, 삑, 삑"
"...."
이게 정답이다.
그런데,
"삑, 삑, 삑"
"넷!"
딴짖을 하다가 마지막 반복구호 꼭 외치는 놈이 있다. 그것도 아주 원기 왕성하게...'
이러면, 4회가 따블로 8회, 8회 마지막 구호를 붙이면 16회, 16회가 32회...
이렇게 정기적금 복리이자 붙듯이 체조 횟수가 따따블로 늘어난다.
숨이 탁탁 막히고, 입안에서 단 내가 나며, 뱃속이 매슥거려서 눈앞에 뵈는 게 없어질 때쯤이면, 마지막 반복구호 외치는 놈이 비록 같은 내무반에서 침상에 머리를 맞대고 취침하는 전우일지라도 반쯤 죽도록 두둘겨 패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어르신 요금 내시고 들어가세요!"
"옛날에는 내릴 때 냈는데..."
"이제 규정이 바뀌었어요! 앞으로 버스 타실 때 요금을 미리 내시는 거예요!
"나는 내릴 때 낼래! 누가 그깟 뻐스비 떼먹나?"
"제가 버스비 미리 받아서 이자놀이하려고 그래요! 그러니 지금 내세요!"
"아휴 기사양반 농담도 잘하네..."
"지금 내시지 않을 거면 아예 내지 마세요! 버스 운행 도중에 요금 낸다고 걸어 나오시면 안 됩니다."
버스비 1,500원 때문에 다투는 대화가 아니다
특히 다리가 불편하여 걷는데 힘든 노인들이 이런 얘기를 많이 하신다. 시골버스 기사는 그 의도를 진즉에 눈치채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예방차원으로 노인들과 말씨름을 한다.
시골버스기사는 전방주시보다 버스 내의 상황에 신경을 더 쓸 수밖에 없다. 버스 가운데로 걸어 나오시는 노인을 발견한 버스기사가 어떻게 액셀 페달을 밟을 수가 있겠는가? 승강장이 아닌 지역을 통과하고 있을지라도 바로 정차 모드로 전환한다. 그렇다고 브레이크를 밟을 수도 없다. 이런 상황을 시골 노인들은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고 있다. 수 십 년간의 내공이 쌓인 것이다.
버스비를 매개체로 당신들이 내리고 싶은 곳에 내리려는 의도다. 나도 버스기사 초년병 시절에는 노인들에게 많이도 당했다.
어르신들이 괘씸하기도 하고, 당하고 나면 어이가 없기도 하고, 천장과 바닥을 오가는 얄팍한 마음이 나의 평정심을 흩트려 놓는다.
'몇 걸음 더 걸어가는 것이 노인들에게 그렇게 억울한 일인가?'
시골버스기사는 발상을 전환하여 버스 터미널에서 버스 출발하기 전에 어르신들께 미리 말씀을 드린다.
" 어르신 지금 버스요금 내시고, 내리실 때 어디서 내릴 건지 말씀만 하세요! 편하신 곳에 내려드릴 테니... 제가 안 내려드리고 모시고 가도 어르신 써먹을 때가 하나도 없어요! "
". 하. 하... 그렇긴 그래! 우리 같은 노인네 데려가 봐야 짐밖에 더 되나?"
"버스요금 다들 내셨죠? "
"네!!!"
절대로 버스 운행 중에는 버스요금 내신다고 걸어 나오시면 안 돼요!"
"네! 알았슈!"
그래서 시골버스기사는 버스에 계신 모든 승객과 신사협정을 맺은 것으로 간주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목적지를 향해서 열심히 운행한다.
터미널을 출발한 지 얼마를 지났을까?...
" 아휴 내 정신 좀 봐! 차비를 깜박했네!"
'이게 뭔 소린여!'
정신을 차려보니 지팡이로 한 쪽다리를 의지한 할머니 한 분이 벌써 돈통 옆에 서서 동전을 때그렁거리며 돈통에 넣으면서 하시는 말씀이었다.
'내가 분명 걸어 나오시는 거 못 봤는데...'
"기사 양반 나 저 다리께 내려주면 안 되나?"
"안돼요!!"
배신감에 마음이 부글부글하여 소리를 버럭 질렀다.
놀란 마음을 다잡고 참을 '인(忍)'를 마음에 새기며 이성을 유지하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곧 마음의 평정을 되찾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브레이크를 밟아 버스를 다리 옆에 정차시키고 문 개폐 레버를 올렸다.
머리속에는 옛날 옛적 훈련소에서 PT체조받던 생각이 났다. 딴짖 하다가 마지막 반복구호 우렁차게 외치던 그 웬수...
"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