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두 채 가진 과부

by 한지원

봄이 되면 버스에 승객들 구성원이 바뀐다.
학생들은 졸업을 하여 외지로 나가게 되고, 새로운 신입생들이 입학을 하게 되면 그 시간대에 타고 다니던 구성원들의 얼굴이 바뀐다.
그리고 겨우내 집안에서 움츠리고 계시던 노인들이 기지개를 피고 돌아다니시는 계절이 이맘때다. 또한 할머니, 할아버지의 멤버 구성도 바뀌는 계절이 봄이다.
작년 가을까지 멀쩡히 버스를 타고 마실을 다니시던 분들이 지난겨울을 넘기지 못하시고 유명을 달리한 분, 또는 노인복지 시설로 가시는 경우다. 자식들이 모두 도시에서 생활하다 보니 돌 볼 가족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복지시설로 가시는데 버스를 타실 일이 없으니 어르신 뵐 일이 없다.

괴산에서 청천으로 가려면 부흥이란 곳을 거쳐간다. 예전에 어느 할머니 한 분이 시골버스기사에게 부흥에 집 두 채 가진 과부 이야기를 했다. 전 남편은 일본인 이었는데 지금은 이혼하고 혼자 산다고 은근하고 친절한 목소리로 집 두 채를 강조하시다가, 시골버스기사가 보여준 아내 사진에 화들짝 놀랜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그 할머니가 올해는 보이시질 않는다.
혹시, 누가 의구심은 가지고 계실 것 같아 밝혀두지만 시골버스기사에게 관심을 많이 가져주신 어르신의 신병에 관심이 있는 것이지 집 두채 갖고 있는 과부에게는 호기심이 추호도 없다는 것을 강조해 말씀드린다. 오해의 여지가 없기를...할머니가 시골버스기사를 언제 보셨다고 관심과 우호적인 태도를 왜 가지셨는지 나도 그게 의문이었다.

청천 터미널에서 출발 시각이 2~3분 정도 남았을까...
얼굴이 거무튀튀한 젊은 친구가 개사료 한 자루를 들고 뒷문을 열어 달라고 하여 열어주었다.
출발할 시각이 되어 뒷문을 닫고 젊은 친구를 요금을 내러 앞으로 오기를 기다려도 오지를 않아 룸미러로 확인해 보니, 사람은 어디 가고 개사료만 덩그러니 기둥 옆에 얌전히 놓여있었다.
기사 독백
'사료 주인 어디 갔지?'
" 내가 주인 인디..."
운전석 바로 뒷자리에 조금 전에 타셨던 할머니 대답이다.
버스 안은 기사, 할머니, 개사료... 이렇게 셋만 남았다. 어찌 됐건 버스는 시간에 맞추어 출발하고 시골 마을을 돌던중 그 할머니 하차할 마을에 도착하였다. 허리가 굽을 대로 굽어 제대로 펴지도 못하는 할머니에게 어떻게 20kg짜리 사료 자루를 들고 내리라고 할 수 있겠는가?
버스를 정차시킨 후 뒷문을 열고 기둥에 기대 있던 개사료 들고 할머니가 미리 대기시켜 놓았던 손수레에 상차까지 마치고 재빨리 올라와 다시 운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한 동안 그 일을 잊고 있었는데, 바로 집 두 채 가진 과부 이야기를 하신 분이 개사료 사건의 당사자 할머니였던 것이다. 아마 그 일로 시골버스기사를 어여삐 보신 모양이다. 그렇다고 왜 과부와 버스기사를 연결 지으시려 하셨는지 그 대목은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제 그 궁금한 대목을 여쭈어보고 싶어도 물어볼 사람이 없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것이 우리가 사는 삶의 한 부분이다. 오랜 세월 앞에 바래지지 않는 존재란 없다. 바래짐은 잊히는 거다. 인간은 죽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잊히는 것이 두려운 거다.
괴산 산골의 버스기사는 오늘도 잊히지 않는 사람이 되려 노력한다.

봄의 버스 안은 생명과 죽음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햇수로 3년 차에 접어든 시골 버스기사는 이제야 세상의 움직임에 조금씩 적응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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