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학창 시절(3화)

by 한지원

나는 마지막 교복세대다.

"요즘도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다니는데, 무슨 마지막이냐?"

이렇게 말씀들을 할 수 있는데...

우리 세대는 일제의 잔재가 묻어있는 교복을 입은 마지막 세대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여러 가지 전통들이 있었는데, 그중에 으뜸은 교복에 관련한 전통들이다.

그 당시 교복은 동복(冬服)과 하복(夏服) 두 가지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특히 동복은 몇몇 특이한 학교를 제외하고는 대한민국 남학교의 99%가 동일한 모델이다.

우리 학교도 여느 학교와 마찬가지로 겉모양은 별다른 특징이 없다. 아니, 거의 동일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단지 바지 주머니가 없다는 것을 빼면...

내 모교의 교복 바지에는 주머니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있는 주머니도 꿰매어 입고 다녔다.

교복을 입고 바지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 넣고 허리가 구부정하게 비적비적 걸어 다니다면 누구가 생각나시는가? 나는 영화 '친구'의 장동건이 생각난다.

생긴 것도 나랑은 비교가 되지 않게 잘 생겼지만, 영화에 나온 그는, 바지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놓고 어슬렁 거리면서 다니는 모습이... 내가 고등학교 학장 시절에 한 번도 폼 잡아 본모습이 아니었다. 삐딱하게 눌러쓴 모자, 채우지 않은 호크와 풀어제친 앞 단추... 생활지도 교사들이 가장 싫어하는 불량학생의 완벽한 외모다.

내 나이 사십이 거의 돼서 영화를 본 것 같은데... 이렇게 멋있는 학생은 처음 봤다.

영화의 주제와 내용과는 상관없이, 영화 보는 내내 내 마음속에 있는 무언가가 꿈틀 대었고, 청소년기 학창 시절에 이유를 모를, 기존 질서에 대한 반항의 설렘이 어렴풋이 기억났다.

실용성, 멋도, 의미도, 식민지 시대의 잔재 같은 교복이지만, 우리의 학창 시절 추억을 간직하고 있음을 틀림없다.

특히 나의 모교는 대한민국 어느 고등학교와도 비교가 안 되는 독특한 夏服이 있었다.

군복 같은 옷감에 , 군복 같은 색깔에, 소매는 군복같이 접어서 입었다. 군복 하고 다른 점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군인이 아닌 학생이 입는다는 것과, 옷 깃(collar)에 하얀색 옥양목(玉洋木) 옷감을 풀을 메겨 빳빳하게 다림질하여 덧 데어 입는다는 것이다.

나중에는 세탁해서 다리기만 해도 뻣뻣해지는 대체품이 있어 대분분의 학우들이 애용하였으나, 정통적인 방법으로 옥양목에 풀을 먹여서 다림질한 옷깃을 착용한 몇몇 학우들은, 어머님들의 정성이 교복 맵시에서도 베어 나왔다.

이 하복은 상의를 하의 안에 집어넣어 입는 것이 학교 규정이다.

평상시에는 별 문제가 없다가, 더운 여름날 길거리를 활보하는 반 나체의 이성을 보게 되면 문제가 생긴다.

고등학교 남학생...

질풍노도의 시기, 생물학적인 현상을 뇌에서 제대로 제어(制禦)하지 못하는 시기이다. 상의가 일반 다른 남고(男高)의 교복들처럼 바깥으로 내놓고 입으면 상의로 가리기라도 하겠건만, 아랫도리가 불룩 해지는 것을 오롯이 슬픈 생각만으로 잠재운다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니다. 몇몇 학우들은 버스 안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제 못해서 잠잠해질 때까지 몇 정거장을 더 가서 내리기도 하였다고 했다.

이제, 셔츠를 바지 바깥으로 내놓던, 바지 안에다 집어넣어서 입던, 별 상관이 없어지는 나이가 되었다.

곤란한 상황을 겪게 되지 않은 나이가 듦에 기뻐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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