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운전석>
버스 운전석은 모든 기능이 공기압으로 작동된다.
승용차의 운전석은 모터로 조절이 되는 것이 보통인데...
작동하는 기능은 승용차와 거의 비슷하나, 승용차에는 없는 것이 있다. 높낮이 조절 및 충격 완화 기능이다.
이쯤에서 '무슨 헛소리냐! 내 차에도 운전석 높낮이 기능이 있는데...'라는 소리가 나올 것 같아 부연설명드리면...
큰 차, 트럭이나 버스 같은 경우 차체 서스페션(suspension)만으로 노면에서 전해지는 충격 및 진동을 완충(緩衝) 하지 못한다.
아무것도 싣지 않은 빈차 경우와 짐이나 사람이 실려있을 때와는 차체가 감당해야 할 충격량이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보통 자동차 설계 시 가장 많은 짐이 실려있을 때(최대하중 :maximum load)를 가정하여 제작한다고 한다.
더구나 나 같이 고릴라 몸매의 승객 30명과 시골의 작은할머니 30명과는 차이가 많이 날 것이요, 버스 제작사는 당연히 고릴라 30 명에 기준을 맞추어 버스를 만들었음에 틀림없다.
안전계수(safety factor)를 고려하고,
안전여유(margin of safety)까지 갈아 넣어 버스를 만들었으니 얼마나 시골 버스가 얼마나 뻣뻣하겠는가?
상황이 그러하니 버스에 승객이 없어 기사 혼자 타고 다닐 때면, 시골버스는 한 없이 통통거린다. 마녀는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닌다고 하는데, 기사는 장작개비를 타고 자갈길을 기어 다니는 느낌이다. 혹시 과속방지턱이라도 넘을 때면 시골버스는 길길이 날뛰기를, 우리 집 7년 묵은 샴고양이 목욕시킬 때 같다. 그 충격이 운전석 시트를 타고 나의 척추를 통과하여 뇌까지 도달한다.
그래서 버스 운전석에는 차체에서 오는 충격을 감쇄시키는 공기압으로 작동되는 서스펜션이 별도로 달려있다. 이 장치는 기사가 자리를 이석 (移席)하면 시트가 아래로 내려가고 의자에 앉으면 다시 올라와 높이가 자동으로 맞추어진다. 물론, 미리 세팅(setting)해놓은 기사의 몸무게에 따라 출렁거림이 조절된다. 움직일 때마다 '식식' 거리면서...
이 운전석 시트에 앉는 순간, 승객들과 같은 공간을 점유하면서도 기사의 엉덩이에게 또 다른 세계를 선사한다.
날것의 생선이 밥상에 오르기 전, 잘 구워진 생선구이로 변하듯이.
덜렁거리며, 털털거리던 길바닥이 18홀짜리 정규홀의 잘 가꾸어진 퍼팅그린(putting green)처럼 매끄럽게 변한다.
그때쯤이면 버스 안 승객들의 불편함은, 서쪽하늘 끄트머리에 걸려있는 석양처럼 풍경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버스 운전석 에어 서스펜션 스위치를 껐다.
승객들과 함께 덜컹거리기로 했다.
그래야 운전도 얌전하게 할 것이 아닌가?
이 세상 윗 대가리들에게 말하노니...
특별한 운전석에서 내려와,
승객과 같이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