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사가 글을 쓰는 이유

by 한지원

우리의 인생은 위를 쳐다보고 사는 삶이다.

학창 시절에는 좋은 상급학교를 위해서, 사회생활을 할 때쯤부터는 풍족한 재물과, 높은 지위를 얻기 위하여 인생을 투자한다.


'이 세상의 파랑새는 옆 집의 김 씨가 모두 가지고 가서 혼자 희희낙락하고, 나머지 파랑새는 지난겨울에 한강 다리 밑에서 다 얼어 죽어서 나에게 돌아올 몫은 한 마리도 없다.'

이것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 자신도 시골버스를 몰고 다니기 전까지는 없는 것 투성이의 재수 옴 붙은 인생이라 여겼건만, 시골버스 승객들을 본 순간부터 내가 동경하고 겪어왔던 사회는 이 세상의 일부분이라고 깨닫기 시작했다.

그 사람들(시골버스 승객들)에 비하면 우리는 너무도 많은 것을 갖고 있었고, 또 그 사실을 잊고 살아왔다.

이 세상에는 가진 것 없이, 그러나 불만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그것은 권력이나 재산이 아니다. 건강한 육체가 주는 일상적인 생활의 당연함, 평범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아무렇지도 않은 지적능력, 온전한 감각기관...

페북에 올린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벌써 페북으로 남과 소통할 수 있는 지적능력을 보유했으며, 손에는 100만 원짜리 재산을 들고 있지 않은가?

내가 만일 '랜드로버'를 몰고 다니는 옆집 김 사장의 돈을 부러워한다면...

랜드로바를 싣고 다니는 나의 멀쩡한 두 다리는,

반신불수(半身不隨) 김 씨에게는 아무리 하고 싶어도 이승(乘)에서는 도달할 수 없는 신의 같은 경지 일수도 있다.


학창 시절...

"아무개야! 요번 중간고사 잘 봤니!"

" 문제를 보기만 잘 봤지, 답을 알아야 쓰지... 답은 전부 그렸어!"

사실 학우에 대한 예의상 시험 결과에 관계없이 그렇게 대답한다. 혹시, 상대방이 시험성적 1~2점에 목매는 친구라면 더더욱 이런 멘트가 필요하다. 이런 대답을 들은 착실하고도 순진한 친구는 벌써 표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온화한 미소가 얼굴에 배어 나온다.

자신보다 부족한 듯한 사람이 옆에 있을 때, 사람은 여유로워 진다.


버스 안에서...

최고의 권력자는 버스기사다.

버스 운전석을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성역의 자리다. 동료 버스기사 빼고...

버스 안의 모든 승객들은 내가 안전을 책임지고, 돌보아야 한다.

버스 안에서는 내가 제일 잘났다.


버스기사가 글을 쓰는 이유는 좌절하는 세상 사람들에게 외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이다.


우리 모두 아래를 보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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