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론의책 Oct 12. 2024

바르셀로나 까사비센스

밤새 침대에서 뒤척거렸다. 도대체 호스텔에서 사는 우리 청년들은 왜 밤에 잠을 안자고  돌아서 다닐까?


 화장실을 도대체 몇 번이나 왔다 갔다 들락날락해야 속이 시원해지는 걸까? 정말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를 계속 들으며 차라리 아침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밤새 잠을 설치다가 일어나서 호스텔에서 조식을 먹었다. 간단하게 토스트에 라테 한 잔을 먹으며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한다.


"아론 씨 오늘은 선배 가이드 투어 들으면서 바르셀로나를 경험해 봐요."


지점장은 빠에야를 먹으면서 내게 선배 가이드의 투어를 들어보라고 말하였다. 뭐 예상은 하고 있었던 부분이었다.


스페인에 온 이유도 가이드가 되기 위해서였고, 혼자 다니는 것보다는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거 같아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마지막 토스트을 입안에 넣고 일어나 호스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선배 가이드를 만나기 위해 지하철을 향하여 분주하게 걸음을 옮겼다.


지하철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 기계에 유로 현금을 넣고 T-10 권을 구입할 때였다.


무언가 뒷주머니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왼쪽 손으로 뒷주머니를 만지었다. 음. 무언가 이상하다.

왜 사람 손이 내 뒷주머니에 있는 거야?!!



https://www.idownloadblog.com/2016/11/04/pickpocket/


나는 얼굴을 치켜들고 내 뒤에 있는 사람의 정체를 확인했다. 웬 젊은 여자가 꽤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녀석의 손을 꽉잡았다.


그렇다. 이 녀석은 지인들에게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들었던 소매치기 녀석이었다. 나도 모르게 화가 나서 욕이 나오려고 하는 그 순간, 내 손을 탁 치고 부리나케 그 녀석이 도망쳐 버렸다.


뒷주머니에 지갑을 안 넣어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바르셀로나에 정착하기도 전에 난민이 될 뻔했다.


아침부터 찜찜한 기분으로 시작된 지하철에서의 경험으로 인해 마음 한편이 불편해졌다. 하지만 오늘은 바르셀로나를 정말 제대로 만나는 첫날과 같은 날이다.


기분을 전환하고 싶어져 나도 모르게 심호흡을 하고 외쳤다.



"No hay problema."


문제없다고 외치는 동양 청년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바르셀로나 시민들의 모습을 신경도 쓰지 않고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오늘도 좋은 날이고 잘할 수 있다고 마음에 다짐을 하고 선배가 기다리는 폰타나 역으로 향했다.


폰타나 역에 지하철 문이 열리고 나는 가방을 앞으로 매고 주머니에는 소지품을 넣지 않은 안전한 상태로 출구 쪽으로 이동하였다.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또 소매치기 놈을 만날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출구까지 그런 놈들을 만나지 않았고, 나는 무사히 선배 가이드를 만날 수 있었다.


"선배님, 아론이라고 합니다. 오늘 하루 잘 부탁드립니다."


"첫 참관이죠? 부담 같지 말고 오늘은 길만 잘 따라와요."


친절하고 따듯한 선배 덕분에 소매치기로 놀란 가슴이 조금은 진정이 되었다. 그리고 하나둘씩 손님들이 미팅 장소에 도착하였고 18명의 약속된 인원이 다 모인 후 투어는 시작이 되었다.


선배는 손님들에게 수신기를 나누어 준 뒤 나에게도 하나의 수신기를 건넸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듣는 순간 신세계가 펼쳐졌다.


선배가 멀리 있는데도 목소리가 가까이에서 말하는 것처럼 선명하게 들린다. 목소리가 너무 좋다. 귀가 녹을 것 같다.


"가우디의 첫 작품부터 보도록 하겠습니다."



casa vicens , Barcelona Global


선배는 앞장서서 투어의 장소로 손님들을 안내하였고 나는 손님들을 맨 뒤에서 케어를 하며 뒤를 쫓아갔다. 가우디의 첫 번째 작품 앞에 섰을 때부터 압도당하였다.


첫 번째로 만나게 된 작품은 가우디가 31살 때 만든 작품인 '까사비센스'였다. 타일공장에 사장님이었던 이센스 씨가 가우디에게 이슬람풍의 집을 지어달라는 의뢰를 하여 만들게 된 집이었다.


타일을 정말 아낌없이 사용하였고 아름다운 자연을 집에 들어가기 전부터 다양한 타일을 통해 느낄 수 있게 배치하였다.


이 작품의 진정한 가치는 내부에 있는데 이슬람 양식으로 꾸며져 있는 다양한 무늬와 장식과 조각들은 정말 이슬람 왕궁을 옮겨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안타깝게도 현재는 내부 보수 수리 중이어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2024년 6월 현재에는 보수가 완료되어 내부 입장이 가능하다.)


스페인에서 이슬람을 느낄 수 있는 집이라니, 비센스씨 취향의 독특함이 신기했고 그것을 완벽하게 건축으로 표현한 가우디는 더 신기하고 놀라웠다.


"다음 장소는 구엘공원입니다. 버스를 타고 갈 예정이니 T-10 권을 준비해 주세요."


손님들은 미리 준비해온 T-10 권을 꺼내며 준비했고, 버스는 손님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TMB




작가의 이전글 고딕지구 시간 여행을 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