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제주, 11일 차

놀멍 쉬멍

by 인드라

비가 예보되어 있는 오늘부터는 그냥 노는 날.


느지막이 일어나서 9시쯤 할 일은 없지만 일단 숙소에서 나섰다. 일단 식사를 해야 하는데 커피도 먹고 싶었다. 그래서 스타벅스가서 커피랑 베이글을 주문했다.


아침의 여유


늦은 아침으로 아점을 먹으면서 어디를 가볼까 지도 어플을 보면서 고민을 했다. 다른 나라나 다른 도시에 가면 그곳의 박물관과 자연사박물관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제주박물관이나 제주자연사박물관을 가볼까 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두 군데 모두 재작년에 방문을 했었다.


아~ 다시 고민에 빠졌는데 그때 리뷰가 많고 좋은 식당이 하나 보였다. 한동안 못 먹은 해장국집을 보니 갑자기 너무 먹고 싶어 졌다.


그래서 먹고 있던 커피를 언능 마시고 해장국 먹으러 출동했다.


제주 가로수의 위엄


가는 길에 가로수로 조성되어 있는 야자수 나무를 보면서 이 나무들이 제주의 이국적인 풍경 조성의 일등 공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 멀지 않아 금방 도착했다.


맛있는 해장국


이 집의 메뉴는 해장국과 내장탕 딱 두 가지이다. 두 가지 모두 8,000원으로 가격도 동일하다. 나는 해장국을 주문했는데 정말 맛집 인정.


나는 혼자 먹어야 하니 사람이 가장 없을 시간이라고 생각해서 10시 좀 넘은 시간에 갔는데 그리 넓지 않은 식당 안은 거의 만석이었고 내가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계속 사람들이 나가고 다시 들어오고 있었다. 선지와 고기, 콩나물이 가득 들어있는 해장국 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바로 옆에 있는 김만덕 기념관에 가기로 했다. 산지천에 의치한 이 기념관은 얼마 전 올레길 18코스를 걸을 때, 가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서 못 간 곳이었다.


김만덕 기념관


김만덕은 조선 정조 때, 사람으로 제주의 거상이었다. 제주의 특산물을 육지에 팔고 육지의 물건을 사 와서 제주에서 판매하여 부를 일구었다고 한다. 그 시절 재산을 현재의 기치로 재평가하니 80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방문객이 나 밖에 없었는데 해설사분이 함께 하시면서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제주의 의인 거상 김만덕


수년간에 걸친 제주의 재해로 인해 백성들의 시체가 산처럼 쌓이고 제주 인구의 1/3이 죽었다고 한다. 이때 김만덕이 자신의 재산을 모두 팔아서 육지에서 식량을 구해왔고 그 쌀을 나라에 바쳐 구휼미로 사용해서 제주 사람들을 구했다고 한다.


제주를 구한 의인 김만덕


이를 가상히 여겨 정조가 벼슬을 내리고 조정으로 불러 소원을 물어본다. 조정에 바치는 과도한 공물과 관리들의 수탈로 제주를 떠나는 사람이 많아 출륙금지령이 내려진 제주에서는 파격적인 행보였다. 이에 제주를 벗어나 본 적이 없었던 김만덕은 금강산 관광을 원하였고 정조의 지원으로 금강산 관광의 꿈을 이룬다.


이에 대해 당시 주요 인사들인 체재공, 다산 등이 글로 남겨진 자료들도 전시되어 있다.


추사 김정희의 은광연세 편액


그중 추사 김정희가 김만덕의 덕을 칭송해 '은광연세' 편액을 기증했다. '은혜의 빛이 온 세상에 퍼진다.'


그리고 이 전시관에서 또 한 가지 인상적인 것이 하나 있었다. 후대 제주 사람들이 김만덕의 업적을 칭송해 김만덕 상을 제정해 매년 시상을 하고 있었다. 봉사나 의로운 일을 한 여성에게만 수상되는 상인데 예외적으로 2018년에 젊은 청년이 한 명 이상을 수상했다.


김만덕 상의 시상자들


고 김선웅 씨인데 새벽에 손수레를 끌고 가시던 할머니를 돕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그런데 더 마음이 안타까웠던 것은 뇌사상태에 빠진 후, 장기기증으로 7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떠나셨다는 점이다. 저 잘생긴 앞날 창창한 청년의 안타까운 사연과 저 청년 부모님이 마음이 어떠셨을지 생각해보니 마음이 먹먹했다.



김만덕 의인이나 김선웅 의인 같으신 분들 덕분에 제주는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게 아닐까...


김만덕 기념관을 나와 그냥 걸었다. 목적지 없이 제주의 평범한 일상이 궁금했다. 나이가 어렸을 때는 목표를 정하고 최선을 다해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것이 좋았다.


그런데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면서 평범한 동네의 일상, 이러한 것들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한 세 시간 정도 제주 시가지를 지나 제주터미널까지 갔다가 숙소 방향으로 걸어오니 구름이 가득해지기 시작했다.


비가 올 준비를 하는 제주 하늘


오늘 오후부터 내가 제주를 떠나는 토요일 오전까지 제주는 많이 비와 바람이 예보되어 있다. 내일은 제주를 떠나기 전 마지막 날인데 숙소에만 있어야 하나? 내일은 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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