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충분히 쉬었으니 오늘은 열심히 걸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동문시장 앞에서 버스를 타고 19코스의 출발점인 조천만세동산 앞에 도착했다.
조천만세동산 앞에서 본 한라산
조천만세동산은 뭐하는 곳인지 궁금했는데 안에 들어가 보니 궁금증이 해결이 되었다. 제주에는 3대 항일운동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조천에서 발생한 만세운동인데 이를 기념하기 위한 공원이었다. 올레길을 시작하자마자 항일기념관이 있어 내부를 둘러봤다.
기념관 내부에는 제주 지역 일제의 만행과 항일운동 관련 자료를 잘 전시해 놓았다. 우리가 지금 누구 덕분에 좋은 세상에서 잘 살아가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실 아버지도 국가유공자이신데 우리나라 국가유공자 혹은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독립운동과 전쟁에서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신 분들의 후손들이 경제적으로 힘들게 살아가시는 것을 많이 봐왔다. 그에 반해 일제에 들러붙어 같은 민족을 착취한 벼룩 같은 인간들의 후손들은 나라를 팔아먹은 대가로 아직도 떵떵거리며 살아가고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올레길 19코스를 시작하면서 이런저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조천만세동산을 뒤로하고 농로를 지나 조금만 더 가면 해안이 나오는데 바로 신흥 해수욕장이다.
조그마한 신흥 해수욕장을 지나 조금만 더 가다 보면 에매랄드 빛의 바다가 나오는데 바로 어제도 왔다 갔던 함덕 해수욕장이다.
재작년 여름에 가족들과 8일 정도 휴가를 보냈고 이번 여행에서도 벌써 세 번째 방문일 정도로 내가 좋아하는 곳이다. 공항에서 그리 멀지도 않고 특히 애메랄드 빛 바다가 너무 인상적인 곳이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또 세 번째 방문인 함덕 스타벅스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로 점심을 마쳤다.
스타벅스에서 쉬면서 다리도 좀 쉬게 하고 폰도 충전했다. 한 30~40분 정도 쉬고 다시 힘을 내서 출발했다. 함덕 해수욕장 옆의 서우봉을 넘어가야 한다.
함덕 해수욕장의 카페 델문도
함덕 서우봉 일몰지에서 본 함덕 해수욕장 전경
그리 높지는 않지만 가파른 구역이 조금 있어 오랜만에 숨을 헐떡이며 땀을 뻘뻘 흘리며 넘어갔다. 중간중간에 말들도 방목되어 있다.
방목중인 말 서우봉을 넘어가면 조그만 북촌이 나온다.
길가에서 늘어지게 잠을 자고 있는 댕댕이도 반겨준다.
편하게 자고 있는 댕댕이 북촌의 해안을 뒤로하고 제주도 안 쪽으로 꺾어 들어오면 동복리가 나온다. 여기서부터는 농로와 숲길의 연속이다.
숲 속이지만 평탄한 길을 계속 가다 보면 뜬금없이 운동장이 하나 나온다. 동복리 마을 운동장인데 이곳에 올레길 19코스의 중간 스탬프가 있다.
그리고 다시 힘내서 가다 보면 벌러진동산이 나온다. 두 마을이 갈라진 곳, 또는 언덕을 중심으로 가운데가 벌어진 곳이라 벌러진동산이라 한다. 제주말은 낯설지만 알고 나면 정겨운 말들이 많은 듯하다.
올레지기의 메세지
그런데 중간중간 누군가 올레길 리본을 자꾸 제거하는지 올레지기의 메시지가 남아 있었다. 이 구간은 숲길이 연결되어 있고 중간중간 샛길도 많아 올레리본이 없으면 길이 헷갈리기 십상인 지역이다.
누군가 이유가 있어 리본을 제거한다면 올레길을 관리하는 분들과 협의가 있어야 할 듯하다. 젊은 사람들이야 지도 어플 보면서 가면 되니 크게 상관없지만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고생하실 수도 있다.
풍력 발전기
풍력 발전 단지의 풍력 발전기가 보이면 이제 거의 다 왔다.
2월에도 파릇파릇한 자태를 뽐내는 저것이 무슨 작물인지는 모르겠지만 농로를 따라 한참 가다 보면 다시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바다가 보이고 김녕서포구에 도착하면 19코스 도착점이자 20코스 시작점 간세가 보인다. 오예 드디어 19코스 완주.
올레길 19코스 완주
오늘의 걸음수는 3만 5천보. 내일 오후부터 돌아가는 토요일 오전까지 비예보가 있어 아마 이번 여행의 올레길은 19코스가 마지막이 될 듯하다.
2016년 부터 5년 동안 5개 코스를 걸었으니 1년에 1개 코스 꼴이다. 그럼 21개 코스 다 걸으려면 21년이니 아직 많이 남았네.
나의 버킷리스트이기는 하지만 천천히 걷지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