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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리 Oct 18. 2022

시부모님과 함께하는 슬기로운 육아생활

바쁜 맞벌이부부로 아이 둘을 키우며 살아내기 위해, 나와 남편은 모든 지원을 총동원하여 연합군을 구성했다. 우리 부부, 시터선생님, 시부모님, 친정부모님까지. 말그대로 '영끌'이다. 연합군 중에서도 가까이 계시는 시부모님의 도움이 크다. 시부모님의 주된 역할은 자동차로 아이들의 어린이집 등하원을 해주시는 것이다. 남편과 나는 회사에서 일을 많이 할 연차기에 출근을 빨리 하거나, 퇴근이 늦어지는 날도 있다. 이런 우리의 상황을 고려해서, 시부모님이 아이들을 5시에 하원해주고 계시다. 또 출근을 평소보다 빨리 해야 하는 날 아침에도 우리집에 와주셔서 아이들의 등원을 해주시기도 한다. 참 감사한 일이다.



이런 나의 사정을 아는 회사 동료들이나 친구들은 종종 우려하는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시댁은 멀면 멀수록 좋다는데, 시부모님이 집에 자주 왔다갔다 하면 불편하지 않아?" "우리 와이프는 한참 아이 키울 적에, 아무리 힘들어도 시어머니한테는 절대 안 맡기더라구." 이런 얘기를 듣다 보면, 육아에 있어서 시댁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두려움의 대상이구나 싶다.



돌이켜 보면 나도 처음부터 시댁이 편했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 결혼할 때만 하더라도 시부모님이 왠지 어렵고 멀게 느껴졌었다. 그러나 어느새 습자지가 젖어가듯이 가깝고 편한 관계가 되었다. 시부모님이 우리집에 와 계시는게 오히려 편하다라고 느끼는 순간도 있는 것을 보면 시부모님과 피를 나누진 않았지만 가족이 된 느낌이다. 시부모님과 급격히 가까워진 것은 둘째 임신 때 나의 3개월 간의 입원생활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입원 기간 동안 우리집에서 시부모님이 나의 빈자리를 적극 채워주셨다. 또 둘째를 낳은 후에는 20개월 터울의 아들 둘 극한 육아를 경험하게 되는데, 시부모님께서 종종 도움을 주셔서 육아에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를 비교적 수월하게 넘길 수 있었다.



이제부터 시부모님과 함께 슬기로운 육아생활을 해 나가는 팁을 적어보고자 한다. 아래의 내용은 친정부모님 그리고 시터선생님까지 함께 육아하는 육아 동지에게는 모두 적용될 수 있는 팁이다.



첫 번째, 시부모님의 육아방식을 존중하고 간섭하지 않는다.

많은 부부들이 시부모님 혹은 친정부모님에게 아이를 맡겼을 때 육아방식이 달라 마찰을 겪기도 한다. 나는 시부모님께서 아이들을 보실 때에는 그 방식을 온전히 존중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의 식사 시간에 영상을 보여주는 것. 아이들이 조르면 쉬이 장난감을 사 주는 것 등이다. 시부모님께서 아이들을 보는 시간에는 온전히 시부모님의 방식대로 육아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를 맡아주는 분들께 나의 육아방식까지 디테일하게 지시하거나 따르도록 할 수는 없다. 이것은 친정부모님 그리고 시터선생님께도 마찬가지다. 보통 엄마가 육아방식을 부양육자(조부모님, 시터선생님)에게 따르도록 하는 것은 불안감에서 기인한다. 나의 방식대로 육아해야 맞고, 아이들이 잘 자랄 거라는. 그러나 육아에 있어서는 내 방식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불안함을 조금 내려 놓고, 함께 아이를 봐주시는 시부모님의 육아방식을 존중하고 믿어야 한다.



두 번째, 감사한 마음을 표현한다.

나는 진심으로 시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다. 손주를 봐주시느라 친구들과의 약속에 가지 못하는 날도 있었고, 예약해 둔 미용실의 시간을 갑자기 변경해야 하는 때도 있었다. 우리 부부, 그리고 손주들이 조금이라도 편히 살라고 희생하시는 마음에 감사하다. 이런 감사한 마음을 수시로 표현하려 했다. 혹여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지 못해서 하루 종일 우리집에서 고생하신 날에는 꼭 "고생하셨다. 힘드셨겠다."라는 말을. 어버이날과 생신 때에는 꼭 "감사하다."는 말을. 감사의 표현은 길지 않고 심플하게 했다. 시부모님과 나는 서로의 고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육아동지이기에 심플한 표현에도 마음이 통한다.



세 번째, 아이들을 소재로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눈다.

시부모님은 뵙지 않으면 뵙지 않을수록 할 말이 줄어들고, 뵈면 뵐수록 할 말이 늘어난다. 특히 우리집은 활발한 아들둘이 있기에 매일 다이나믹하고 매일 새로운 소재가 생긴다. 이 소소한 새로운 주제에 대해 시부모님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눈다. "별이가 오늘은 어린이집에서 물총놀이를 했는데, 엄청 즐거워한 모양이에요." "달이 몸무게가 15kg인데 곧 형아 몸무게르 따라잡겠어요."

아이들의 생활 관련한 이야기들은 육아연합군끼리 할 때 제일 재밌다. 왜냐하면 우리집의 육아연합군만큼 우리 아이들의 생활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우리 아이들 이야기를 할 때보다 시부모님과 우리 아이들 이야기를 할 때 훨씬 재미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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