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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리 Oct 20. 2022

이 대가 덕을 쌓아야 만난다는 '좋은' 어린이집 교사

"엄마, 안아줘" "엄마, 장난감 쌓아 올려줘" "엄마, 우유 줘"

아이들의 요구사항은 마르지 않는 샘과 같다. 끊임없다. 두 아이들의 요구에 응하다 보면 폭격도 이런 융단폭격이 있나 싶다. 첫째 아이의 요구를 해결하는 도중에 둘째 아이의 요구가 비상등도 켜지 않고 훅 끼어든다.

"왜 안 해줘. 빨리 해줘!요구한 것이 빨리 충족되지 않으면 결국 울음으로 마무리. 그럴 때 나는 생각한다.

'어린이집 교사들은 여러 명의 아이들을 어떻게 돌보는 거지? 아무리 직업이어도 대단하다.'

누울 자리 보고 다리 뻗는다고, 우리 아이들도 어린이집에서는 집보다는 의젓하게 행동할 것이다. 그럼에도 어린아이 다수를 상대로 하는 어린이집 교사라는 직업은 결코 쉽지 으리라.



맞벌이 육아를 하는 가정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무시무시한 말이 있다. "좋은 시터를 만나려면 삼 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라는 말. 그 말은 곧 우리 아이를 진심으로 잘 봐줄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는 말이다. 아마 좋은 어린이집 교사를 만나려면 삼 대까진 아니더라도 이 대는 덕을 쌓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 집은 운이 좋았던 것인지 덕을 쌓았던 것인지 좋은 직장어린이집에서 김유미 선생님을 만났다. 첫째가 직장어린이집에 들어간 첫 해 담임 선생님으로 만났고, 그다음 해까지 담임 선생님으로 계셨다. 올해는 아쉽게도 다른 원에 가게 되어 작별을 고했다.



첫째의 김유미 선생님 사랑은 남달랐다. 직장어린이집에 갓 들어간 첫 해에는 등원할 때 김유미 선생님이 있어야 기분 좋게 들어갔다. 등원할 때 김유미 선생님이 없는 날이면 첫째는 울음을 보이거나 칭얼대며 들어갔다. 첫째가 유독 김유미 선생님을 찾자, 어린이집에서도 첫째의 등원 시 으레 김유미 선생님을 마중 보냈다. 직장어린이집에 처음 적응하며 첫째가 김유미 선생님에게 많은 의지를 한 모양이다. 또 김유미 선생님은 아이들에 대한 관찰력이 남다르고 섬세한 편이었다. 다소 예민한 기질의 첫째에게 김유미 선생님의 돌봄 스타일이 잘 맞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던 어느 날, 첫째가 하원 후에 이렇게 얘기했다.

"엄마 오늘 파랑반 8명이 모두 김유미 선생님한테 달려가서 안았어. 그래서 김유미 선생님 넘어졌어. 히히"

그 이야기를 들으니 우리 첫째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김유미 선생님을 유독 좋아하는 것 같았다. 우리 집 아이 둘이 내게 달려와서 안기면 그 묵직함에 뒤로 꽈당하는데, 여덟 명이 달려와서 안겼다니 그 모습이 눈에 그려지면서 피식 웃음이 났다.



보통 등하원 때 잠깐씩 김유미 선생님을 마주했었는데, 내게도 김유미 선생님을 길게 대면할 일이 생겼다. 바로 어린이집 학부모 상담 때였다. 둘째 임신 시에 조산기로 4개월 간 장기 입원하여 첫째와의 애착이 불안정한 상태였다. 애착에 가장 민감한 시기인 17개월~20개월 무렵, 첫째는 나와 완전히 분리되어 있었다. 첫째에게 불안정 애착의 징조가 보일 때마다 불안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학부모 상담에서 상황을 들은 김유미 선생님의 조언은 이러했다.

"어머님, 온전히 첫째랑만 시간을 정기적으로 보내보세요. 아이들이 어릴수록 애착 회복도 빠르니, 지금부터 노력하면 충분히 관계가 회복될 수 있어요."

나는 그 조언을 듣고 오로지 첫째와 주에 한 번 데이트를 시작했다. 단 둘이 한강에 가기도 하고, 슈퍼에 들르기도 하고, 놀이터에 가기도 했다. 그로부터 1년 반이 흘렀다. 시간의 힘인지, 데이트의 힘인지 첫째와 나와의 관계는 많이 회복되었다. 상담 시 애착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 잘했다고 생각하고, 올바른 조언에 감사한 마음이다.



김유미 선생님과의 아쉬운 작별이 왔다. 김유미 선생님이 다른 원으로 가기로 하여 마지막으로 뵙던 날이 기억에 남는다.

"선생님, 그동안 우리 아이 잘 돌봐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덕분에 아이도 즐겁게 원 생활하고, 저희 부부도 마음 편히 원에 보낼 수 있었어요."

나의 진심을 담은 이야기를 듣고, 수줍음 많은 김유미 선생님의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저도 아이들과 너무 행복했어요."



'치킨에 진심인', '쇼핑에 진심인' 등등. 무엇인가를 열과 성을 다해 좋아하는 것을 일컬어 진심이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붙어 따라다녔다. '아이들에게 진심인' 김유미 선생님 덕분에 우리 가족이 조금은 더 행복한 일상을 누릴 수 있었다. 김유미 선생님과 작별한 지 6개월이 훌쩍 넘은 지금도 첫째는 종종 "김유미 선생님 보고싶다~"라고 말한다. 발그레하게 웃던 김유미 선생님의 얼굴이 떠오른다. 선생님을 만나 정말 행운이었다고, 앞으로도 많은 아이들에게 듬뿍 사랑받길 바란다고 전하고 싶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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