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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의 시간

어쩌다 사회복지사가 되었나요?

by 김인철

참~ 오랜만에 노래방을 갔다. 당구장도 갔다. 앗싸. 우리 팀이 이겼다. 하지만 나는 우리 팀인 너를 잘 모른다. 나를 모르긴 너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서로를 알아야 하냐? 안다고 팀이 잘 되는 건 아니잖아. 하지만 이긴 건 내 덕분이다. 어쭙잖은 깔때기가 아니다. 모두 까기의 다른 버전이다. 기분 좋게 당구비를 냈다. 만 이천 원이다.

사진출처-pixabay


요즘, 아니 새로운 센터로 온 첫날부터 안구가 튀어나올 정도로 일도 했다. 끝자리가 뒤틀린 백 단위의 붉은 숫자 앞에서 수차례 머리를 쥐어뜯기도 했다. 내 몸이 뒤틀리지 않은 게 어디냐. 인터스텔라의 5차원 큐브 속으로 빠지고 싶던 순간들이 흘러간다.


어떤 과거는 그 이전의 과거를 떠올린다. 불안한 현재는 오래된 미래보다 초라하다. 우리는 과거 속에서 오래된 현재를 산다. 상대원 시장을 누비는 외국인들의 대화는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오래된 미래다.


오늘 저녁은 배고프게 먹었다. 어제 점심은 배부르게 건너뛰었다. 그저께 아침은 꿈속에서 굶었다. 결국 요즘 제대로 먹은 게 하나도 없다. 하지만 허기는 느끼지 않는다. 29살부터 십일 년째 나의 습관이다.


220번 버스는 오늘도 나를 제쳤다. 302번 버스는 한참을 돌아간다. 저기 303번 버스가 오고 있다. 나는 새로운 220번 버스를 탄다. 사람들은 중앙시장 사거리 횡단보도의 붉은 신호를 지키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푸른 신호를 지키지 않는다. 중앙시장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의 건물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다.


4층 건물의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은 한결같다. 나는 오늘 삼 백마흔 여덟 번째 표정을 목격했다. 그는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채 환희에 찬 미소를 띠고 있었다. 나는 매일 아침 스스로 일어난다. 이따금씩 잠은 스스로 들지 못한다. 돈 텔 마마의 화려한 자장가가 필요하다.


노래방의 시간은 언제나 덤이다. 한 시간 비용을 지불하면 삼십 분을 더 준다. 각박한 세상에 노래방의 시간만 남아돈다. 하지만 나는 노래방의 시간이 달갑진 않다. 폐쇄되고 갑갑한 곳은 싫으니까. 오늘도 주인은 덤을 삼십 분이 나주 었다. 쓸모없는 시간이 아닌 여유를 주는 노래방이 간절하다.


자정이 넘었다.


덤으로 얻은 시간이 더디 흐른다. 우리팀이었던 학생이 검정치마의 'love shine'을 부른다. 처음 듣는 노래다. 항상 들었던 것 같은 멜로디다. 아! 이 노래 쫌 좋다. 튀어나오려는 안구를 누르고 오기를 잘했다. 성능 좋은 이어폰 하나 장만해야겠다. 몇 달째 묶였던 봉인 하나 해제된 기념으로~


우캬캬캬...우히히히....


2015년 1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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