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 예비군 훈련 1 )
[백수]
아침부터 전화가 울려댔다. 지하상가에서 옷가게를 하는 초등학교 동창이었다. 가게 오픈해 놓고 파리만 날린다고 밤마다 신세 한탄이더니 이젠 제법 장사가 되는 모양이다. 바쁘다며 전화해도 통 만나주지 않던 녀석이었다.
“이게 누구야, 아침부터 니가 웬일이냐?”
“응, 오랜만이지. 좀 부탁할 게 있어서.”
“부탁, 무슨 부탁?”
"오늘 시간 좀 되냐?"
"뭐...내 시간이야. 재벌 수준이지만.... "
“오늘 내 대신 예비군 훈련 좀 가주라. 동사무소에서 오늘도 예비군 훈련 참석 안 하면 고발한다는데 오늘 가게에서 팔 물건이 다 떨어져서 급하게 도매상으로 물건 떼러 가야 되거든.”
흠...예비군 훈련이라. 전에도 한번 대신 나간 적이 있었다. 다행히 나는 걸리지 않았지만 같이 훈련받던 사람 중 한 명이 훈련 대신 나온 거 걸려서 둘 다 고발당하고 향토 예비군법 위반으로 구속될 뻔했었다.
“야, 그거 불법이잖아. 안 돼.”
“한 번만, 도와주라.”
“정말 안 된다니까,”
“오만 원 줄게.”
“지난번에 누가 걸렸단 말이야.”
“칠 만원.”
"아우...그래도.... 그건."
"구만원."
“버클이랑 전투모도 새로....”
"알았어. 인마. 십만 원 채워줄게."
오후 두 시란다. 가만있자 군복이랑 전투화가 어디 있더라. 근데 이노마 저 자식은 어제부터 왜 발을 절뚝거리는 거지?
[여자]
오늘은 찾아오는 아픈 동물도 별로 없고 모처럼 한가했다. 하아악~ 점심 먹고 식곤증이 몰려와 의자에서 늘어지게 자고 있는데 유리로 된 병원 문이 빼꼼히 열리더니 강아지 한 마리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들어온다. 저번에 혼자 통원치료 받으러 다니던 쫌 이상한 강아지였다.
“예, 너 또 혼자 왔니?”
“어머, 나 뭐래니. 강아지한테 말을 걸다니.”
그렇지만 강아지는 마치 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멍멍 짖어댄다. 절뚝거리는 다리를 보니 녀석 많이 다친 모양이다. 엑스레이를 찍어 보았더니 앞발이 부러져 있었다.
“저런, 많이 아팠겠다.”
툭 튀어나올 것 같은 커다란 눈망울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 있다. 그렇지만 기특하게도 신음 한번 내지 않고 늠름하게 치료를 받았다. 주사 맞히고 뼈가 빨리 붙도록 부러진 다리에다 깁스를 해 주었다.
“치료비는 어떻게 받지?”
강아지가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멍멍 짖어댄다. 그러더니 앞발 하나를 들어 목을 가리킨다. 목에다 목걸이 비슷한 것을 하고 있었다. 그 안에 꼬깃꼬깃 접힌 편지 쪼가리가 담겨 있었다.
“이노마 주인이에요. 오늘은 제가 급한 일이 있어서 이 녀석 혼자 보내니 우선 치료부터 해주세요. 치료비는 나중에 드릴게요.”
음마 음마~시키는 주인이나 시킨다고 고대로 하는 강아지나 참 신기했다. 강아지 이름이 ‘이노마’란다. 누가 지어 주었는지는 몰라도 참 별스런 아니 욕스런 이름이었다. 그 사이 남자에게서 문자가 하나 와 있었다.
[지금 바빠? 난 지금 예비군 훈련 중.]
[오랜만에 사격도 하고 그러니 현역 시절 생각난다...^^]
[지금 점심시간. 도시락 먹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