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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로 공사 노동자의 남다른 휴식 방법

by 김인철 Aug 07. 2024


오른쪽 눈에 이물감이 든다. 잠을 설치거나 피곤하면 이물감이 더 심해진다. 삼 년 전쯤에도 비슷한 증상이 있었는데 그때는 속눈썹 하나가 원인이었다. 시야가 흐릿하기도 하고 불편하다. 안과에 가야 하는데 못 견딜 정도는 아니어서 미루고 있다. 오늘은 새벽에 잠을 설친 탓인지 아침부터 오른쪽 눈이 쏟아질 것 같다. 이물감이 더 심하게 느껴진다. 점심을 먹고 안과를 갔다. 


병원을 가는 길에 더럭 겁이 났다. 지병 때문에 눈에 합병증이 생겼으면 어쩌지, 아니면 백내장, 더 심하면 녹내장일수도. 일년 전에 합병증 검사를 했을 땐 아직 이상 없었는데. 그러고 보니 요즘 시력도 많이 떨어진 것 같다. 그래서 진작에 갔어야 할 안과를 가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이 증상을 듣더니 오른쪽 눈을 위아래로 사정없이 까 뒤집는다.


"저런, 속눈썹 하나가 아래 끼어 있었네요."


의사 선생님이 의료용 핀셋으로 오른쪽 눈에서 꺼낸 검은 이물질을 보여준다. 불편하던 이물감이 사라진다. 병원에 온 김에 이것저것 안검사를 했다. 간호사가 상냥한 목소리와 태도로 시력도 측정하고 빛이 나는 장비로 오른쪽 왼쪽 눈을 대며 검사를 했다. 속눈썹을 빼낸 오른쪽 눈은 어느 때보다 맑고 선명했다. 


다행히 눈건강엔 별 다른 이상이 없었다. 의사 선생님이 다른 환자의 사진을 보여주며 시신경이 무척 깨끗하고 건강하다고 했다. 합병증이 오지 않았을까 내심 걱정했는데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안심이 되었다. 안과 치료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우뚝 솟은 신축 아파트들과 곧 우뚝 솟아오를 자리에서 분주한 타워크레인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사무실로 돌아 가는길 횡단보도 맨홀 아래에서 작업을 하던 한 노동자가 맨홀 옆에서 고개를 숙인 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작업이 중단된 것일까? 점심시간이 지났는데 식곤증이었을까? 얼마나 피곤하고 힘들었으면 작업 중인 대로변 횡단보도에서 고개를 숙인 채 쉬고 있을까? 싶어 저절로 눈길이 갔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작업복을 입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저 사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어서 빨리 작업을 마치고 퇴근 후 친구들과 시원한 맥주에 치킨을 먹는 상상을 하고 있을까? 아니면 고된 작업 후 무념무상의 짧은 휴식 중인 걸까? 요즘 일터에서 업무 스트레스로 갈팡질팡 중인데 도로 한가운데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내를 보니 나의 힘듦은 단지 투정이었던 것일까? 산다는 게 참 별거 아니면서도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장면이다. 


*이 글은 2024년  4월 초에 쓴 글입니다. 요즘처럼 폭염은 아니었지만 저 날도 상당히 더운 날이었습니다. 8월, 습한 장마를 견디니 폭염으로 세상이 녹아내리는 듯하네요. 그럼에도 작가님, 구독자님들 한 여름 잘 이겨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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