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임플란트 인간

치과 상담실장의 한마디....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by 김인철


드디어 나도 임플란트 인간이 되었다. 지난주 십 년이 넘게 다니고 있는 치과에서 스케일링을 받았다. 일 년에 한 번 스케일링을 받는데, 갈 때마다 간호사에게 양치가 잘 되지 않는다는 타박을 듣는다. 내 치아 구조가 독특해서 아무리 신경을 써서 양치를 해도 치석이 잘 쌓인다. 지난번에 스케일링을 받을 때 의사 선생님이 전동칫솔을 권해서 사용 중이다. 최근엔 구강세정기도 함께 쓰고 있다. 전동칫솔을 쓰면서부터는 예전보다 치석이 덜 쌓이는 것 같다. 그런데 이번 스케일링을 받고 나서 마음이 무척 불편했다. 상담 실장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환자분 왼쪽 상악니 두 개가 흔들리는 거 아시죠?"

"네. 알고 있어요."

"나중에, 밤이라도 붓거나 통증이 심해지면 바로 응급실 가셔야 해요. 발치는 여기서는 어렵고, 치과 전문병원이나 대학병원에서 하셔야 해요.”


상담실장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실장의 말엔 환자를 생각하는 걱정보다는 책임 추궁 같은 기운이 섞여 있었다. ‘지금이라도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몰려왔다. 새로 바뀐 상담실장은 이전과 달랐다. 작년에도 스케일링을 한 후 임플란트 건으로 상담을 할 때 느꼈던 불편함이 다시 떠올랐다.


pixabay


치과에서는 의사와 상담실장이 역할을 나누어 환자를 대한다. 의사는 치료를, 상담실장은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절차와 비용을 담당한다. 그런데 아무리 역할이 달라도 말의 온도는 다를 수 있다. 이전 상담실장은 같은 말이라도 환자에게 부담을 주거나 불안을 심어주지는 않았다.


상담실장의 말대로 흔들리는 치아는 다시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조만간 발치를 해야 한다. 문제는 발치 후 바로 임플란트를 하지 않으면 옆 치아가 기울거나 씹는 힘이 불균형해진다는 점이었다. 잇몸뼈가 흡수되면 임플란트 식립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지병까지 있어, 회복과 합병증을 생각하니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그리고 결국, 어제. 미루고 미루던 임플란트를 했다. 작년부터 왼쪽 윗니 두 개가 흔들리고 염증이 심했지만, 치과는 괜히 무섭고 돈도 많이 들 것 같아서 계속 미뤘다.


“환자분 치아는 염증이 심해서 발치는 전문병원에서 해야 해요.”


상담실장의 권유를 듣고 지인이 소개한 치과 전문 병원으로 향했다. 접수 당일엔 상담만 받을 생각이었는데, 발치와 임플란트 식립까지 진행됐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 더니 정말 그랬다.


내가 임플란트는 세 개다. 총비용은 229만 원이다. 조금 보태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의 두 달 치 금액이다. 마취 후 수술대에 거꾸로 누웠다. 왼쪽 잇몸이 무감각해졌다. 날카로운 드릴 소리, 스르륵, 스르륵 차가운 금속이 발치된 잇몸의 뼈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이상했다. 마치 씹는 능력을 상실한 인간이 사이보그가 되어가는 듯했다. 발치부터 임플란트 식립까지 삼십 분이 걸렸다.


다음날이 되자 수술을 한 부위가 부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얼굴 한쪽이 부풀어 올랐다. 거울을 보니 내 얼굴 같지 않았다. 얼음찜질을 해도 붓기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간호사는 “3~4일은 지나야 부기가 빠질 거예요”라고 했다.


인생사는 결국 먹고사는 문제다. 치아도 먹고사는 문제니까. 두 달치 월급이 한 번에 나갔지만, 잘한 일이라 생각하려고 한다. 늦었지만 용기 내서 한 결정이니까. 4일째가 되니 붓기가 조금 가라 앉는다. 끝이 아니다. 앞으로도 6개월 이상 치료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땐 나도 임플란트 인간, 씹는 능력이 전보다 훨씬 향상된 사이보그다. 뭐든 우걱우걱 씹어 먹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keyword
이전 17화이 세계를 이해하는 세가지 관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