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왼손잡이도 왼손잡이가 신기하다.

피카소도, 다빈치도, 조코비치도 왼손잡이다.

by 김인철

나는 왼손잡이다. 정확히는 양손잡이다. 물건을 나르거나 공을 던지는 등 힘을 쓰는 일에는 왼손을, 글을 쓰거나 숟가락질 같은 섬세한 일에는 오른손을 쓴다. 기억에는 없지만 어렸을 때 부모님이 글씨를 왼손으로 쓰면 혼내면서 오른손으로 쓰도록 하셨던 것 같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모든 행위를 왼손으로 했을 것이다. 그래서 모든 행위를 왼손으로 하는 사람을 보면 나도 왼손잡이가 신기하게 보일 때가 있다. 왼손잡이는 원래 그렇게 태어난 존재일 텐데, 사람들은 왼손잡이를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너 왼손잡이였어?"


학창 시절 친구들과 운동을 하면 왼손을 쓰는 나를 무척 신기하게 바라봤다. 사람들은 내가 왼손잡이라는 사실을 알면 신기해한다. 왼손잡이라면 자주 듣는 소리다. 오른손을 쓰는 사람들은 들어보지 못했을 소리다. 하지만 정작 왼손을 쓰는 나는 사람들이 왜 왼손잡이인 나를 신기해하는지 잘 몰랐다.


pixabay


왼손잡이는 전체 인구의 십 퍼센트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왼손잡이를 향한 신화가 있다. 신화이기에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왼손잡이는 똑똑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빌게이츠. 운동감각이 좋다. 테니스 선수 조코비치, 나달. 예술적 재능이 좋다. 피키소. 왼손잡이에 대한 가장 정확한 사실을 오른손잡이보다 스트레스를 더 받는다는 점이다.


왼손잡이는 그 자체로 죄가 없다. 왼손잡이는 왼손잡이로 태어났을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왼손잡이를 은연중에 거부감을 나타낸다. 왜일까? 익숙하거나 자연스럽지 않은 것에 대한 거부감일 것이다. 자신과 다르다는 것은 위협과 공격의 대상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왼손잡이인 나도 왼손잡이가 신기할 때가 있다. 나처럼 양손을 쓰는 게 아닌, 왼손만으로 글을 쓰는 사람을 볼 때마다, 나는 익숙하거나 자연스럽지 않은 행위를 목격한 기분이 든다. 왼손잡이가 왼손잡이를 신기하게 느끼는 건 무엇때문일까? 호기심이라기 보다는 작은 깨달음에 가깝다.


올해 나는 왼손잡이의 삶을 살았다. 작년에도 그랬다. 즉, 이 사회에서 주류가 아닌 아웃사이더 비주류의 삶을 살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 삶이 불행하지는 않았다. 나는 오히려 자유로웠다. 할 수 있지만 하지 않을 자유를 실천했다. 올해도 가을은 없는 듯 지나갔다. 이제 우리나라는 삼계절이나 육계절의 나라가 되는 걸지도 모른다. 가위질을 할때 외에는 왼손잡이라서 불편할 일은 없었다.


달이 살짝 기울어가는 오늘 밤, 가로등 아래 비친 내 그림자는 다섯 개, 운동장을 도는 가로등은 여섯 개. 남는 한 개는 구름 뒤에 숨어버린 달빛이 만들어준 잉여의 그림자일 것이다. 집에 들어가면 절반쯤 남은 임페리얼 12년 산을 소주잔에 따라 한 모금 마시고 잠들 생각이다.

keyword
이전 21화낙엽 줍다 황천길 갈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