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하던 차량 한대와 플라타너스 잎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두번쯤 절체절명의 순간을 경험할 때가 있다. 돌이켜 보면 나도 사는동안 그런 절체절명의 순간이 몇 차례 있었다. 며칠 전에도 아찔한 경험을 했다. 생사를 오고 가는 순간이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나는 지난 9월부터 공공 일자리에 참여하고 있다. 함께 일하는 동료는 여섯 명이고, 남사 넷에 여자 두명이다. 우리는 매일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정해진 구역을 돌며 길에 떨어진 낙엽과 쓰레기를 정리한다.
사건이 벌어지던 그날, 우리는 평소처럼 상대원 시장 오거리 횡단보도 근처에서 낙엽을 쓸어 담고 있었다. 가을이 떠난 자리에는 플라타너스에서 떨어진 낙엽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우리는 인도와 도로에 떨어진 낙엽을 치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바람이 춤을 추면 낙엽도 춤을 추었고 우리는 멀어지는 낙엽으로 허탈했다.
일을 시작하고 한 시간이 지나 우리는 평소처럼 시장 오거리 횡단보도 도착했다. 몇 명은 휴식을 취했고, 나와 형님 한 분은 인도에 떨어진 플라타너스 낙엽을 쓰레받기에 쓸어 담고 있었다. 낙엽은 말라서 만지거나 밟으며 부서지고 바스락거렸다. 그때였다.
"어어~ 저 차가... 왜 저러지?."
"어어어~~."
"부아아앙."
형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오거리 전방에서 차량 한 대가 굉음을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액셀을 최대한 밟았는지 전방으로 빠르게 달려오더니 몇 초 후...
폭주하던 차는 우리 쪽으로 돌진해 왔다가 우리를 스쳐 지나더니 도로 옆 난간을 들이받았다. 횡단보도 앞에서 쉬고 있던 다른 팀원들은 차량이 폭주하다가 난간에 부딪히는 순간을 봤지만, 나와 형님 한 분은 횡단보도를 등지고 있어서 굉음만 들었고 차량이 폭주하며 미끄러지는 장면은 보지 못했다.
꽝! 하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차량은 우리를 삼십여 미터쯤 지나서 멈춰 있었다. 앞 범퍼가 달랑거린 채 난간 깊숙이 박혀 있었다. 앞에선 연기가 피어올랐다. 가까이 다가가니 굵은 철제 난간이 엿가락처럼 휘어 있었다. 충격이었다. 만약 그 차가 우리 쪽으로 조금만 더 꺾였더라면, 그 자리에 있던 우리는 피할 틈도 없이 참변을 당했을 것이다. 몇 초 차이로 생사를 스쳐 지나갔다는 생각이 들자 다시 한번 소름이 돋았다. 지난해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시청역 급발진 사고도 떠올랐다.
그리고 이 사고를 접하는 순간, 잊고 있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이십 년 전, 나는 방금 사고가 났던 장소에서 교통사고가 났었다. 그때는 저녁이었고 나는 회사 후배가 운전하는 차의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후배가 비보호 좌회전을 하던 순간, 전방에서 신호를 위반한 차량이 질주하더니 우리 차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다행히 조수석이 아닌 뒷좌석을 들이받는 바람에 큰 부상은 피했지만, 차량이 뒷좌석과 충돌하는 순간 내 몸이 앞으로 훅 쏠렸다.
그날 안전벨트를 메지 않았다면 나는 전면 유리를 뚫고 밖으로 튕겨져 나갔을 것이다. 사고 직후 안전벨트의 앞박에 나는 몇 분 동안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이 두 장면이 겹쳐 떠오르니, 지금 이렇게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기적처럼 느껴졌다. 잠시 후 레커차와 경찰차가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우리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낙옆을 줍기 위해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