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현금이 든 지갑을 주웠다.

물에 빠진 놈 살려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by 김인철

오래전에 경험한 일입니다.

별로 유쾌하지 않았던 경험이지만 브런치 구독자님과 작가님들에게 공유합니다.


집에 가는 길에 우연히 지갑 하나를 주웠다. 처음엔 어두워서 긴가 민가 했는데 줍고 보니 제법 두툼한 지갑이었다. 지갑 안엔 현금 4만 3천 원과 각종 신용카드 그리고 지갑을 잃어버렸을 주인공의 빳빳한 명함과 업무차 그에게 건넸을 다른 이들의 명함이 가득 차 있었다.


그의 명함 오른쪽 상단엔 00 영업팀이라는 글자와 함께 이름 석자가 적혀 있었다. 혹시나 싶어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무언가를 찾는 듯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신분증이 있나 싶어 지갑을 뒤적이다 보니 여자친구로 보이는 듯한 예쁘장한 여성의 운전면허증만 지갑 한편에 끼어 있었다.


wallet-3406959_1920.jpg pixabay


"이걸 어떻게 하지?"


집에 들어와서도 지갑을 든 채 한 삼십 분 정도는 고민을 했다. 지갑을 주워 보긴 처음이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복잡하게 얽혔다. 그냥 현금만 챙기고 지갑은 버려 버려. 아니면 우체국에 넣어줄까? 아니지.... 지금 지갑을 잃어버린 사람은 심정이 오죽할까?


지갑 하나 가지고 속이 시끄러운걸 보니 괜히 주웠나 싶다. 그렇게 십여분을 더 고민한 후 돌려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명함에 적힌 번호를 꾹꾹 눌렀다.


"여보세요 아무개 씬가요?"

"~~ 네. 거기 어디예요."


취기 가득한 목소리다. 그러니까 지갑을 잃어버린지도 모르지. 방금 지갑을 주웠다고 하니 어디 있냐고 위치를 묻는다. 근데 이 남자 반응이 영 그렇다. 한참을 기다려도 전화가 오지 않는다. 기다리다 약속한 장소에 먼저 나가서 기다렸다. 십분... 이십 분... 소식이 없다. 이 남자 이거 뭐지? 지갑 안 찾아갈 생각인가?


"저기요. 지갑 안 찾아가실 거예요?"

"지금 어디~~ 어.... 횡설수설."

"지금 00 교회 앞이거든요."


그렇게 몇 번의 통화 끝에 멀찌감치서 한 남자가 내려왔다. 핸드폰을 들고 있는 걸 보니 그 사내인가 보다. 그런데 이 남자 대뜸 기분 나쁜 표정으로 나를 째려보더니 다짜고짜.


"열쇠 내놔!" 이런다.

"열쇠? 무슨 열쇠요."

"당신이 내 차 키 가져갔잖아."

"헐~~ 미친"


이런 개뼈다귀 같은 멍멍이가. 입에서 욕이 튀어 나올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기껏 지갑 찾아주려고 용썼더니 고맙다는 인사는 고사하고 보자마자 완전 도둑 취급이다. 맘 같아선 지갑을 길바닥에 쳐 박아 버리고 싶지만 꾹 참고 돌려주었다. 더 상종했다간 진짜로 도둑 취급받을 것 같아서 빨리 꺼지라고 했다. 가다 보니 완전 스팀 팍팍이다. 아무리 술에 쩌들었다지만 기껏 시간 쪼개서 지갑 찾아줬더니 고맙단 소리는 못할 망정 도둑 취급이냐? 이 소릴 들었는지 이 개념 상실 한 자식이 내 곁으로 어슬렁어슬렁 걸어온다.


"어이 형씨, 방금 뭐라 씨부렸소!"


동공은 확 풀려 가지고 완전 한판 붙을 기세다.


"하, 이거 봐라. 열쇠! 무슨 열쇠?"


근데 이 자식 한 손에 열쇠 들고 있다. 완전 개념 상실이다. 그제사 정신이 번쩍 드는지 미안하단다.


"아! 제가 착각을 한 것 같군요. 죄송합니다."

"뭐! 당신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야. 나한테 열쇠를 달라고 한 이유가 뭐야?"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 합니다."


거푸 세 번씩이나 사과하는 어이상실, 개념 상실한 사내는 비틀거리며 좁은 골목길을 내려간다. 사내를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물에 빠진 놈 살려 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한다더니 딱 그 짝이었다. 그 뒤로 지갑이나 물건을 길에서 주우면 경찰서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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