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서 그네 타는 소년

영하 5도의 바깥에서

by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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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길에서 일을 하다가 잠시 쉬려고 들렀던 놀이터에서 생경한 풍경을 접했다. 검정 패딩을 입은 한 소년이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고 있었다. 바깥은 영하 5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검정 패딩을 입은 소년은 우리가 놀이터에 오기 전부터 그네를 타고 있었다.


소년은 내 시야에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상당히 오랜 시간 그네를 타고 있었다. 소년 앞에는 소년을 응시하는 듯한 흰 원형의 CCTV 카메라가 있었다. 소년은 그네를 십 분… 십오 분… 이십 분… 그 이상으로 타고 있었다. 카메라는 한동안 그네를 타는 소년을 응시하다가 위아래, 좌우로 움직였다.


내 등 뒤에서는 새들이 짹짹거렸고, 어느 빌라에서는 배가 고픈 듯 개가 컹컹 짖어댔다. 놀이터 철제 펜스 너머 어느 집에서는 흰 연기가 뭉게뭉게 솟아오르고 있었다. 소년은 주변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삼십 분이 넘도록 그네를 탔다. 나는 저 소년이 언제쯤 그네를 멈출지 궁금해졌다.


신체가 건장한 사람이라면 이 세상에 태어나서 그네를 한 번도 타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나는 그네를 타면 약간 무섬증이 생겨 높이 올라가지도, 오래 타지도 못했다. 길어야 십 분 정도였다. 그런데 삼십 분, 혹은 그 이상 한 번도 내려오지 않고 그네를 타는 소년을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심지어 경이롭기까지 했다.


소년은 어쩌면 그네 타기로 비공식 기네스북을 세우려는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마침내 소년이 그네타기를 멈췄다. 소년이 그네 타기를 멈춘 시간은 오전 10시 31분 15초였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일을 시작했다. 동료에게 놀이터에서 검정 패딩을 입은 소년이 그네를 타는 모습을 보았느냐고 물었더니, 어제도 오랫동안 그네를 타고 있었다고 한다. 나는 지금껏 살면서 그네를 십 분 이상 타본 적이 없는데, 저 소년에게 그네는 어떤 세상일지 문득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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