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캠프, 그리고 열세 살 인생
어쩌다 사회복지사가 되었나요?
씨앗과 열매 발표회 이후 몇 개의 중요한 이야기를 흘려버렸다. 푸른 학교 문화제를 이틀 앞두고 겨울캠프를 진행한 것은 결과적으로 나의 실수였다. 물론 앞으로 닥칠 상황을 예상할 수 없었으므로 굳이 나를 탓할 것은 아니다. 가장 격렬했던 그 시간들 속에서 몸과 정신이 힘들었을 뿐. 경중을 따지라면 정신보다는 육체가 더 힘들었다.
이번 푸른학교 문화제(열두 달 이야기)는 정말 드라마틱했다. 문화제를 한 달 정도 남겨놓고 기획단이 꾸려졌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이다. 최소한 두 달 정도는 기획단이 꾸려져야 했다. 게다가 차수가 오래된 교사들에게 강박적으로 나타나는 이번엔 좀 더 다른, 혹은 차별화된 문화제를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에 사로잡혀 기획한 것(복주머니, 교사 밴드)들이 실행 도중 무산되기도 했다.
몇 차례 실수가 있었지만 문화제는 무난했다. 올해도 학벌 없는 사회와 함께 청소년 인문학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K대학교에 다녀왔다. 다음 워크숍은 생활복지사 샘을 보낼 생각이다. 가능하면 상반기에 진행하면 좋을 텐데 일정을 조율해야 한다. 잠실에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를 보았다. 아이들도 나도 재미있었다.
푸른 학교 문화제를 마치고 한 달 동안 예비 신입생을 모집했다. 초등부에서 올라오는 친구들이 있어서 별도로 신입생 모집 공고를 하지는 않았다. 해맞이 센터장님이 졸업생들을 보낸다고 하셨다. 1월 31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했다. 해맞이에서 온 친구들을 제외하면 모두 푸른 학교 초등부를 졸업한 아이들이다. 그런데 이건 뭐지? 나의 기도가 통한 것일까? 공부방 입구에 ‘여학생 출입 금지’라는 푯말을 붙이지 않았는데 신입생이 모두 남학생들이다.
이따금씩 감수성이 예민한 여학생들과 소통의 어려움을 호소했을 뿐이다. 이곳에서 펼쳐질 상황들이 그간의 경험과 상당 부분 달라질 것이라는 의미다. 해맞이에서 온 친구들을 제외하면 한 두 번은 보았던 얼굴들이다. 작년에 이어 초등부를 졸업시키고 중등부에서 다시 만나는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엔 '열세 살의 인생'에 담겨 있을 사연들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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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을 맞이하고 한 달이 지났다. 아이들은 열심히 센터 생활에 적응 중이다. 솔직히 모두가 사랑스럽지는 않다. 눈에 띄는 아이들이 있다. 살짝 염려가 되는 아이들도 있다. 이번 주 월요일엔 학부모 회의를 진행했다. 아이들처럼 부모님도 기대와 설렘을 가득 안고 참석하셨다. 푸른 학교의 교육철학과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고 일 년을 계획하고 입학신청서를 작성했다. 신입생들은 이곳 생활을 재미있어한다. 특히 해맞이에서 온 친구들은 가장 먼저 온다. 3월이 시작되면 많은 것들이 바뀔 것이다. 하지만 3월까지는 예비학교 기간이다. 파릇파릇한 신입생들이여 부디 모두 살아남기를.
2011년 2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