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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탈서울 Oct 22. 2020

밤 산책길에 만난 개구리

아침과 저녁 하루 산책 두 번. 휴가 기간 내가 세운 작고도 거창한 목표다. 왜 거창한가 하면 막상 실천하기 쉽지 않아서다. 외투 속에 휴대폰 넣고 이어폰으로 좋아하는 오디오를 들으면서 그저 집 근처 공원과 올레길을 거니는 것일 뿐인데.


저녁 산책은 비교적 쉽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엄마호텔에서 내장산쪽으로 길게 난 산책길을 죽 따라 걸으면 산뜻한 바람으로 전신을 샤워하는 듯 기분이 좋다. 산책길 이름은 '정읍사 오솔길 3코스'. 하지만 아침 산책은... 아침잠 많은 나의 성향상 쉽지 않았다. 아무리 일찍 잠이 들어도 이튿날 늦은 오전 일어난다. 호텔에서 걸어서 3분 거리인 정읍사 아양숲 편백나무길을 한 바퀴 도는 것조차 굳은 실천의지를 다잡아야 했다.


어젯밤 늦은 산책에서 갈색빛 피부색을 가진 개구리를 만났다. 개구리가 아닐지도 모른다. 두꺼비인가. 흠, 밤 11시에 무슨 일인지 바빠보이네. 길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걷는 동안 자전거가 지나가지 않길 바랐다. 어둠 속에서 이동하는 동안 로드킬 당하면 안되니까. 영상으로 찍어도 이 때 느낀 조마조마함과 설렘은 표현이 안 되었다. 비온 뒤 느껴지는 깨끗한 공기, 여기저기 울려펴지는 싱그런 벌레 소리, 코 끝을 건드리는 신선한 가을 바람, 온 몸이 정화되는 듯 청량한 느낌을 담기에 휴대폰 동영상은 후각 촉각 저장기능이 없다.


밤 11시에 열심히 길 건너는 개구리. 이 길 이름이 뭔지 몰랐는데 정식명칭이 '정읍사 오솔길 3코스'다.


개구리와 인사했다고 해서 소도시 산책길이 그리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다.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확 깨는 풍경들^^ 몇 년 전 한 곳 들어서더니 우후죽순 서너개가 자리잡았다. 요즘은 무인 모텔이 대세인가보다. 아무리 간판에서 호텔이라 주장해도 모텔임이 분명함. 반대편 경치가 끝내주기 때문에 창에서 보는 숲뷰가 상당할 것인데. 근처에 예쁜 전원주택이 많이 들어서기도 해서 그런지 같은 숙박시설이라면 펜션이나 게스트하우스가 왔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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