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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탈서울 Oct 21. 2020

나혼자 전세 낸 예쁜 카페들

"오늘 내려온다고? 오지마, 오지마라..."

 엄마는 열흘 전 내가 정읍에 간다고 하자 한사코 말렸다. "서울 사람들이 정읍 와서 코로나 뿌리고 다닌댄다, 오면 클나..., 너 오면 우리집 망한다."  솔직히 서운했다. 엄마 맞나요... 엄마 맞습니까.


오늘 아침에도 정읍시청에서 보낸 재난안전문자가 울렸다. 서울 송파구 주민이 정읍에 왔는데 이들을 접촉한 분들이 확진이 되어서 함께 돌아다닌 정읍 가게들의 동선이 떴다. 엄마가 말했듯 서울 사람들이 내려와 코로나 뿌려댄다는 게 틀린 말은 아니게 됐네.


정읍 시내에서 걷다가 만난 한옥 카페. 예뻐서 한 컷.


9월에 갑자기 지인들로부터 안부 카톡을 많이 받았다. 정읍 어느 마을에 코로나가 퍼져 위험하다는데 부모님 괜찮으시냐고 말이다. 테레비를 보니 양지 마을이란 곳이 정말 난리가 나있었다. 양지마을이 어디지? 찾아보니 정우면이었다. 나는 정읍 시내 출신의 나름 차가운 도시 여자이지만, 친가는 옹동면이고 외가는 산외면이라 어릴 때 정읍의 면 지역에도 많이 다녀버릇 했다. 그래도 정우면쪽엔 한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요즘 정읍에 있다고 했더니, 지인들이 거기 코로나로 위험한데 왜 가있냐고 날 걱정해준다. 뒤늦게 알았지만 면적으로 치자면 정읍이 서울보다 넓다. 서울시 면적 고작 605.24km²인데, 정읍시 면적 693.04km²다. 서울 인구 972만9107명인데, 정읍 인구 11만541명이다.(출처 행정안전부 통계 2019) 어디가 위험할까 ㅎㅎ 이 드넓은 정읍 땅에 어찌 갑자기 정읍=코로나가 되어버린건지. 정읍만큼 밀집도 낮은 코로나 안전 지대가 없는데...


막상 내려와보니 역시나 정읍은 광활했다. 인구가 적어서 강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된다. 거리두기가 너무 잘 되어서 걱정일 정도다. 지난 주말 정읍 시내 구경을 나갔는데 거리에 유동인구가 없어서 가게들이 개점휴업상태다. 시청, 법원이 모여있는 나름대로 정읍 핫플에 위치한 카페에 갔는데 두 시간 동안 손님이 없어서 나 혼자 카페 전체를 전세 낸 것 같이 신이 났다. 무려 토요일 오후 황금시간대였는데. 


같은 시각 애인은 서울 마포 서강대 앞 스터디카페에 있다는데 사람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답답하다며 문자를 보내왔다;;  애인, 이리와 여긴 천국이야:)



 도자 공예하시는 예술가가 운영하는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정도로 잘 가꿔지기 어려울 것 같다. 실내에 있는 인테리어 작품들도 예술이었다. 한두해 전 지나갔을 때 분명 여기엔 스러져가는 구옥이 있었는데 어느새 미술관처럼 변해있더라. 카페 사장님은 내게 커피 한 잔을 내어준 뒤 줄곧 마당으로 나가 이곳저곳을 쓸고 닦고, 식물을 가꾸고, 창문을 물청소 하는 중노동을 이어가셨다. 카페를 오늘도 열심히 가꾸고 계실 사장님. 더 많은 발길이 머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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