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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tainsight May 21. 2024

꽤 괜찮은 팀

부모의 권위와 사랑에 대하여

 

얼마 전에 박소연 작가님의 <팀장 스쿨>이라는 책을 읽었단다. 벌써 뜨악한 표정이 보인다. '엄마가 왜 팀장들 읽는 책을 읽어요?'라고 묻고 싶구나. 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엄마가 팀장 하고는 잘 안 어울리지? 하지만 엄마는 우리 가족을 떠올리며 읽었어. 엄마가 우리 가족의 팀장이라고 생각하면서. '아빠는요?'라고 또 묻고 싶구나. 그렇지. 아빠가 있지! 하지만 아빠보다는 엄마가 너희의 일상을 더 밀접하게 챙기기 때문에 엄마가 팀장에 더 가까운 것 같아. 아빠는 높은 자리 주자. 사장님?! 흠흠...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가서...


엄마가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화두는 '무엇이 좋은 팀을 만드는가'였어. 구글에서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라는 걸 진행했다는구나. 약 2년 간 성공적인 팀의 요인이 무엇일까를 분석했다는 거야. 그런데 여러 요인 중에서 첫 번째 요인이 '심리적인 안전감'이었다는 거야. 의외지? 신뢰성, 명확한 체계, 일의 의미, 일의 영향력 등을 제치고 심리적 안전감이 1위라니. 그런데 설명을 읽고 나니까 고개가 끄덕여졌어. 구글은 심리적 안전감에 대해 '팀원들이 위험을 감수해도 안전하다고 느끼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대. 엉뚱한 아이디어를 내도, 실수를 고백해도 불이익이나 창피를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뛰어난 성과가 난다고 하면서. 


예전에 엄마가 너희들 어렸을 때 '부모 리더십'이라는 과정을 평생교육원에서 들은 적이 있단다. 그때 교수님이 해주신 말씀 중에서 아직도 기억나는 게 있어. 부모에게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충분히 받은 아이는 'Risk taking'을 잘하는 어른으로 성장한다는 것.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대목이었단다. 나의 어떠함에 상관없이 부어지는 조건 없는 부모의 사랑은 자녀를 자신감 있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으로 성장시킨다는 거야. 좋은 팀을 만드는 첫째 요인이었던 '심리적 안전감'을 가정에 적용시키자면 '조건 없는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아이의 성과가 아니라 존재 자체가 기쁨이 되는 가정의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 


그런데 요새는 '무조건적인 사랑'이라는 단어에서 '무조건'에 방점을 찍은 부모들이 좀 있는 것 같아. 무조건 내 아이가 우선이요, 무조건 아이의 감정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되고... 무조건, 무조건이야~~~

그건 정말 아닌 것 같아. 아이가 잘못을 했을 때 고개를 흔들며 '아니'라고 말하는 건 어쩌면 피곤한 일이야. 그냥 사탕 하나 쥐어주면서 달래고 순간을 모면할 수는 있어. 하지만 그 옳지 못한 행동을 수정하는 데는 감정이 소모되고 용기가 필요하단다. 그런데 그걸 해야만 해. 잘못된 것을 바로 잡기 위해 평온함이 깨지는 것이 잘못을 방치하고 평온한 것보다 옳은 방향이다. '친구' 같은 부모가 되기 위해 아이들의 지나친 요구에 친구처럼 반응하고 아이와 싸우기 시작하면 그 부모는 아이와 평생을 싸우며 살게 될 거야. '좋은 게 좋은 거야'라며 아이의 잘못을 방치하는 엄마가 되지 말기 바란다.


부모는 권위가 있어야 한단다. 우리는 모두 권위라는 단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지. 우리가 여태 보아왔던 권위가 존경스럽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아. 엄마가 말하는 권위란 아이들을 억누르는 독재자 같은 권위를 말하는 게 아니란다. 아이들에게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안전한 마당을 제공하는 것이 권위야. 그 마당 안에서 아이들은 많은 것을 배우지. 사랑하는 법, 배려하는 법, 싸우고 화해하는 법, 옳고 그름에 대해 배우고, 실수하고 넘어졌을 때 어떻게 일어나야 하는지, 그리고 부모가 그런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용서받으며 배운단다. 그렇게 아이가 그 안전한 마당에서 풍성한 사랑으로 잘 자라면 부모의 권위에서 벗어나 넓은 그러나 위험할지도 모를 세상을 향해 도전하는 거지. 


현재진행형 엄마로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게 좀 조심스럽기도 해. 너희는 엄마, 아빠의 울타리를 살짝 넘었다 들어왔다 하는 단계에 있는 것 같은데 잘 떠나보내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맞지 않나 싶기도 하다는 거지. 그런데 요새 너희와 이런저런 대화를 하면서 엄마가 독박 육아를 하며 실수투성이 초보 엄마 노릇을 한 것에 비하면 너희가 정말 잘 커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때론 감정이 격해져서 손이 올라갈 때도 있었고, 해서는 안 될 말들을 쏟아놓은 적도 있었지. 부끄러운 기억도 많지만 엄마는 너희들에게 안전한 마당을 제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것 같아. 어느새 너희들은 훌쩍 커서 엄마, 아빠의 연약함도 받아주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더라. 너희들이 문제 보따리를 가지고 와서 엄마, 아빠 앞에 하나, 둘 풀어놓을 때마다 우리는 참 감사하다. 



심리적 안전감은 무난하게 관계가 좋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래. 좋은 팀인지 아닌지 알아볼 수 있는 질문 4가지(하버드 경영대학권의 에이미 에드먼슨 교수)가 있는데 한번 볼래? 이건 팀장이 아니라 팀원이 답해야 정확하대.

- 구성원이 눈치를 보지 않고 아이디어를 말할 수 있는가?

- 실수를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환경인가?

- 도움을 요청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가?

- 팀원이 리더의 의견에 반대할 수 있는가?

- 팀원이 동료에게 반대 의견을 편안하게 말할 수 있는가?(박소연 작가)

음... 떨린다. 우리 팀원들이 뭐라 답할지...

우리, 꽤 괜찮은 팀인 거 맞지? 


사진 출처: 111567fc2910c42fd7e8676b694a2bc9.jpg (474×711) (pinim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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